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시즌 승격 기적을 일으키며 경남이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판을 뒤흔들었다. 승격했다는 사실만 해도 대단한 사건. 여기에 경남의 '과거 잔혹사'가 드라마의 극성을 높였다.
폐허에서 승격을 일군 경남의 도전기는 가히 극적이었다. 최근까지도 경남은 전임 대표들의 각종 비위와 만행으로 살림이 거덜나다 못해 찢어졌다. 바람 잘 날 없었다. 외국인선수 비리, 심판매수에 직원들을 불법적으로 정치행위에 동원하는 등 갖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 과정에서 구단 해체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경남은 뿌리째 뽑혀나갈 뻔했다. 경남도민의 사랑과 신망까지 잃은 건 당연지사. 경남은 사계절 내내 꽁꽁 언 혹한의 겨울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고 하지만, 당시 경남의 하늘만큼은 예외였다. 그 정도로 '폐허'였던 경남에도 한 줄기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 건 2015년 12월, 김종부 감독이 구단 지휘봉을 잡은 뒤 부터였다. 김 감독은 전임 대표가 남겨준 '승점 10점 감점'을 안고 2016년 K리그 챌린지를 8위로 마쳤다. 그리고 2017년엔 승격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이었다.
승격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행복의 여운은 2017년 마지막 페이지까지 남아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11월이 되기 무섭게 웃음 소리가 뚝 끊겼다. 김 감독 재계약부터 파열음을 들려왔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조건을 조율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지만, 계약 기간도 개운치 않았다. 당시 경남도청(이하 경남도)은 김 감독의 요구 연봉액이 높다며, 계약기간도 1년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도 아닌 1년. 이와 관련된 본지 보도<스포츠조선 2017년 12월 7일 보도>가 나오고 4일 뒤 김 감독 공식 재계약 발표가 나왔다. 계약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취재결과 1년에서 연장 옵션을 붙여 1+1년으로 어렵사리 합의했다.
경남도는 왜 '승격 장군'에게 단 1년을 제안했을까. 어쨌든 1+1으로 격상(?) 됐지만, 이 과정에서 '외풍'도 감지됐다. 경남도 고위인사의 '끈'을 쥔 축구인 A씨가 경남 감독직을 노리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경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경남도 고위인사와 친분을 가진 A씨가 경남 지휘봉을 잡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미 1개월도 더 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남도에서 김 감독에게 1년만 제안한 이유는 A씨를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A씨도 경남 사무국까지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A씨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절대 그런 일은 없다. 김종부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는데 단지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연락하고 방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의 부인에도 감독, 스카우트 부장, 사무국장 등 직위만 바뀔 뿐 A씨 부임 소문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결국 감독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세한 진동에도 경남은 속수무책이다. 시도민구단의 운명이다.
지난 2년간 경남은 묵묵히 '정상화의 길'을 걸어왔다. 마음을 돌렸던 도민들도 경남의 진중한 발걸음에 동행키로 했다. 한데 이제 볕 좀 쬐려나 싶으니 먹구름이 몰려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더 민감하다. 제 아무리 공들여 모래성을 쌓은들 파도 한 번이면 무너진다. 경남은 그 파도를 견뎌낼 수 있을까? 열쇠는 경남도가 쥐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