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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급도 직접 만나…'사전 조율 거부하는' 파격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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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지난 2003년 부회장 취임 후 최근까지 진행한 '주니어보드'가 대표적이다. 매달 다양한 직급·지점 40여명의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정 회장과 직접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직원이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다. 퇴근시간에 업무용 PC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주거지에서 혼자 사는 여직원 집에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여직원 홈 안심제도'도 직원들의 건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주니어보드는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이어받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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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알려진 '비공식 만남'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장·차장·부장 등 '시니어급'과 사원·주임·대리 등의 '주니어급'으로 나눠 소수의 직원들이 별도 연락을 따로 받아 진행된다. 소규모로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이기에, 자연스럽게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나 간부들에 대한 생생 평가까지도 가감 없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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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최근 사장단 등 10여명이 참석한 그룹 주간전략회의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배경엔 이같은 비공식 만남에서 느낌 점을 에둘러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경영진에게 "현업 부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징표"라며 "현장의 의견을 더 듣도록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조직문화 혁신 위한 '초강경 드라이브'
하지만 '현장 소통 강화'에 대해 재계는 정지선 회장이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직접 '칼'을 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972년생으로 37세에 회장 자리에 오른 '젊은 보스' 정지선 회장이 취임 10년이 지나자 '관록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소 정지선 회장은 "당장의 매출에 연연해 조직문화 개선을 게을리 하면 되레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강조하고 조직문화 전담팀을 구성할 만큼 조직문화 혁신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고,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을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시키는 데 솔선수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부 구성원들이 환경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위해 기업문화 지침서인 '패셔니스타'를 발간하기도 했다.
특히 정 회장은 말단 사원부터 부장까지 여러 직급이 섞인 주니어보드 진행에 있어서도 누구나 '계급장 떼고' 거침없는 의견 제시를 할 수 있게 했다. 정 회장은 이때 직원 개인접시에 음식을 일일이 덜어주고 항상 직원들의 말을 경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 회장이 비정기적으로 소수의 하위직 직원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이같은 조직문화 혁신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젊은 직원들도 직접 의사 개진 통로가 열리며 조직 혁신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갖게 되며, 고위 간부들은 더욱 긴장시키는 부수효과까지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새 바람을 타고, 현대백화점 측은 최근 또 하나의 신선한 제도를 채택해 재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2~3월에 집중되어 있는 자녀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낼 경우 유급으로 처리가 되도록 한 것.
이에 따라 그간 회사 눈치가 보여 아이들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함께하지 못했던 아빠들도 이젠 적극적으로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정 회장의 현장 소통이 조직 혁신뿐 아니라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너가 열린 마음으로 동참해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