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10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칭찬한 선수들 말을 입증할 겁니다."
세계 테니스계의 '신성' 정 현(22·삼성증권 후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세계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4강의 기적을 일궈낸 정 현이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날 입국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과 여행객들을 포함해 300~400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입국장을 나선 정 현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이었다. 유니폼 스폰서 라코스테가 크게 박힌 검정 모자를 눌러 쓴 정 현은 뿔테 안경과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귀국했다.
엄청난 환대에 놀란 듯한 정 현은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을 때 살짝 기분이 좋았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엄청난 관심을 보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정 현의 호주오픈 여정은 4강에서 막을 내렸다. 아쉬웠다. 부상 때문이었다. 양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고 통증이 심했다. 결국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의 4강전에서 2세트 도중 기권을 해야 했다. 정 현은 부상에 대해 "아직 발에 통증이 남아있다. 당장 병원에 가서 온몸을 검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랜드슬램 4강은 정 현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8억원에 가까운 상금 뿐만 아니라 이형택(은퇴)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랭킹(36위)도 뛰어넘었다. 정 현은 29일 발표될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에서 30위 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정 현은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한국 선수 최초로 8강에 진출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것도 사건이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와 놀랐다. 나로 인해 한국 테니스도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톱 10도 욕심난다. 또 '톱 10 진입도 충분하다'는 동료 선수들의 말을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 현이 100% 컨디션이었다면 페더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희망을 되새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현은 "내 컨디션이 100%였더라도 세계적인 페더러를 이긴다는 보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페더러는 같은 선수지만 부드럽다고 느꼈다. 그래서 체력도 빨리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 현은 이날 네빌 고드윈 코치를 정식으로 영입했다. 정 현은 "고드윈 코치는 팀을 꾸리기 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고드윈 코치는 코트 안팎에서 나를 편안하게 해줬다"며 고마움을 보였다.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 한다"던 정 현은 박지성 김연아 박세리 이상화 등 한국 스포츠의 슈퍼스타들과 비교되는 것에 "큰 선수와 비교되는 것에 부담은 되지 않는다. 롤모델로 삼고 쫓아갈 것"이라며 당당함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정 현은 한국 테니스의 인기가 신기루처럼 사그러들지 않길 바랐다. 그는 "테니스가 그 동안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테니스를 인기종목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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