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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학범의 U-23, 새판짜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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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모자랄게 뭐 있나. 충분한 시간이다."

28일 오후.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김학범 감독(58)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 김판곤)는 이날 김 감독에게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을 토대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옵션이 달린 조건이다. 지난해 11월 광주FC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의 현장 복귀,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앉은 김 감독의 각오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나. "뮈 있어? 해보는거지!"

김 감독은 '주류'가 아니다. 현역시절은 그저 그랬고 기간조차 짧았다. 은퇴 뒤 걸은 첫 행보 역시 그라운드와 동떨어진 '은행원'이었다. 1993년 국민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공부에 매달린 이유다. 12년 간의 코치 생활을 거쳐 2005년 고 차경복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의 바통을 물려 받은 뒤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어느 팀을 가든 그의 방 안에는 상대팀 비디오 테이프와 전력분석 자료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한켠에 잔뜩 쌓인 연초더미는 고심으로 태운 시간의 흔적이었다. 그렇게 K리그(2006년·성남 일화), FA컵(2014년·성남FC)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강등 위기에 빠졌던 팀들을 잇달아 구해냈다.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이지만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이란 자리는 그에게도 분명 도전이다. 프로에서의 성공이 U-23 대표팀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코치를 제외하면 그의 경력은 줄곧 프로에 머물러 있었다. 각팀에 흩어진 선수들을 불러모아 한정된 시간동안 훈련하고 매 경기가 시험대인 대표팀 상황은 낯선 환경이다. '아들 뻘'인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마찬가지. 타협이 없는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개성을 중시하는 대표팀과 어우러질 지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이견은 없다. 부임하는 팀마다 단기간에 조직력을 끌어 올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온 김 감독의 스타일이 대표팀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기대감이 우려의 시선을 압도한다. 선수 각각의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용병술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선수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동기부여 능력도 최상급이다. 특히 전매특허인 '체력훈련'의 효과 역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인정할만큼 큰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김 감독이 U-23 대표팀에서 만들어낼 색깔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김판곤 위원장은 "김 감독이 손흥민(토트넘)의 이름을 언급했다. 어느 포지션이 부족한지도 생각하셨더라. 잘 파악했다고 생각했다"고 이미 새판짜기가 시작됐음을 밝혔다. 그는 "위원 한 분이 '김 감독은 강해 보인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알아봤다. 주위 분들은 카리스마가 많으신 분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유연하셨다. 진정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 역시 "막중한 자리에 나를 선택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며 "모든 선수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거는게 첫번째 목표"라고 다짐했다.

여유가 묻어나는 말과 달리 몸은 바쁘게 움직였다. 김 감독은 부임하기 무섭게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 삼성-전남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개막전을 참관했다. "중책을 맡았는데 허투루 보낼 시간이 어디 있나." 승부사 김학범의 새판짜기가 시작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