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2005년 한국프로배구연맹(KOVO) 출범 후 한국 배구는 프로와 대표팀 및 아마추어 배구로 철저히 양분돼있었다. KOVO는 프로리그인 V리그를 운영, 관리했다. 대한배구협회가 대표팀과 아마추어를 담당했다. 잡음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돈. 프로배구 인기 상승과 더불어 KOVO는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협회는 그렇지 못했다. KOVO는 출범 후 연간 2억원의 지원금을 협회에 전달해왔다. 대표팀에 발탁된 프로선수 관리 비용이었다. 협회는 그 이상을 원했다. KOVO는 고개를 저었다. 협회의 개선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서로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십 수년을 보냈다.
지난 5일 KOVO 제14기 이사회 겸 임시총회가 열렸다. 2018~2019시즌부터 프로 남녀팀 샐러리캡,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 등이 논의됐다. 협회에 대한 KOVO 지원금 증액도 결정됐다. 기존 2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렸다. 2020년 도쿄올림픽 남녀 대표팀 동반진출 목표 아래 KOVO와 협회가 손을 맞잡은 결과다. KOVO 관계자는 "대표팀이 잘 돼야 프로리그도 성공한다. 현 협회 집행부 체제에서 마케팅 확대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KOVO와 협회가 서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연간 6억원을 지원받게 된 협회가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이사회에 협회 대표로 참석했던 이선구 수석 부회장은 "KOVO의 지원금 6억원에 대한 명확한 활용방안을 세웠다. KOVO와도 논의를 마친 부분"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남녀 대표팀 전임 감독 연봉으로 각각 1억원씩 지급된다. 그리고 기존 대표팀 선수단 12명에 향후 대표팀에 필요한 기대주 6~8명을 추가 선발해 훈련하는 비용에 2억원이 든다"며 "그 동안 부족했던 선수단 트레이너, 의료진 등 관리 스태프 관련 인건비에 2억원이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녀 대표팀 전임 감독 연봉은 1억원 이상으로 KOVO 지원금에서 1억원씩 충당되고, 부족분은 협회 예산에서 지급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 남녀 대표팀 동반 본선 진출을 단기 목표로 삼은 협회는 지난달 7일 김호철 차해원 감독을 각각 남녀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전임 수석코치 선임도 계획중이다. 이 부회장은 "전임 감독제에 따른 전임 수석코치 선임도 구상하고 있다. 감독과 함께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대표팀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임 수석코치 연봉은 협회 예산에서 처리된다.
지원금 증액으로 '상생의 물꼬'를 튼 KOVO와 협회. '국가대표지원육성협의체(이하 육성협의체)' 구성에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표팀과 한국 배구의 전체적 발전을 위해 국가대표지원육성협의체 구성안을 논의했다. KOVO와도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논의중인 육성협의체는 KOVO 소속 3~4명, 협회 3명 총 6~7명으로 구성되는 조직. 유망주, 프로 그리고 대표팀을 아울러 한국 배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고의 전문가 그룹으로 이해하면 된다. 협회에선 육성협의체에 포함될 인원을 어느 정도 확정했고, KOVO의 결정만 남았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