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감성보다 이성이 앞섰던, 전형적인 공대생이었던 이장훈(45) 감독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진한 멜로 영화로 영화계 첫발을 내디뎠다. 입봉까지 무려 10여년이 걸린 그는 모두의 우려와 걱정을 단번에 기우로 바꾼 따뜻한 멜로를 만드는 데 성공, 무사히 영화계에 안착했다.
오늘(14일)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게 된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무비락 제작)의 이장훈 감독.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연출 의도 및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의 판타지 멜로다. 앞서 2005년 일본에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지휘아래 다케우치 유코, 나카무라 시도, 다케이 아카시 등이 캐스팅돼 한 차례 영화화됐고 이 작품은 일본은 물론 국내까지 멜로 열풍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많은 관객에게 '인생 멜로'로 자리 잡은 명작 중 하나기도 하다.
이렇듯 일본은 물론 국내까지 두터운 팬층을 가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장훈 감독의 손에서 한국 정서로 각색돼 3월, 봄 극장가를 찾았다. 8년 전 읽은 원작 소설에 매료돼 과감히 첫 연출작으로 도전을 외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과 또 다른 맛을 내며 완벽히 이장훈 감독화됐다. 캐릭터들의 생명력은 원작보다 더 생동감이 넘쳤고 판타지임에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입봉작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내실을 갖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새 인생을 살려고 해요(웃음). 그동안 단편도 몇 번 만들었지만 장편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제작 초반엔 주변의 우려가 컸어요. 저야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던 바닥이었고 잃을 것도 없는 상태여서 두려운 것도, 걱정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에 투자한 관계자들은 그리고 제작자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다들 '뭘 믿고 맡겨'라며 걱정했죠. 이런 상황 속에서 무비락 제작자들만 절 믿어줬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메이크도 제가 영화로 만들고 싶은 원작을 다 가져오라고 해서 만들게 된 작품이에요. 당시 영화화를 바랐던 1순위 소설이었거든요. 하늘이 준 기회였어요. 그런 우려와 걱정 때문인지 더 열심히 만들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하하."
영화 연출 전공을 한 영화학도도 아닌, 연출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아닌 이장훈 감독.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이과생이었고 서른을 앞두고 우연히 영화에 관심을 갖게돼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의 입봉을 도울 영화계 인맥은 없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스승으로 모신 이만희 작가에게 어깨너머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운 게 전부였다. 이러한 스펙 때문인지 입봉까지 10여년이 걸린 이장훈 감독. 스스로 영화 같은 삶이었다 평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참 영화 같네요. 당시 제 상황이 딱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남자주인공 같았어요. 소중한 내 사람들한테 못 해주는 것이 너무 많아 힘들었거든요.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와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지하철에서 이 소설을 읽는데 눈물이 펑펑 나는 거예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책을 읽으면서 울컥한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더라고요. 또 원작에서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는 대목에서 굉장한 위로와 용기를 받았어요. 영화화를 결정하면서 이 부분만큼은 꼭 놓치지 않고 가져가야겠다고 다짐했죠. 2014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원작과 다르면서 같은 지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여러번 수정하고 개발했죠. 그 속에서도 이 메시지만큼은 바탕에 깔고 스토리를 진행했죠. 결과적으로 관객도 이 부분만큼은 공감해주길 바라고 저처럼 위로받길 바라요."
이처럼 어렵게 시작하게 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장훈 감독에게 많은 미션을 안겼다. 특히 원작 팬들의 리메이크 우려, 판타지 로맨스의 한계 등 극복해야 할 지점이 상당했다고. 특히 원작 팬들의 리메이크 반대는 상당한 부담감을 갖게 했다고 고백했다.
"처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작이 기사화됐을 때 우려를 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정말 많았어요. 기사 댓글을 읽었는데 반응이 격렬했죠(웃음). 그런데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저도 원작을 정말 좋아하는 팬 중 하나였거든요.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이 영화로 훼손되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각색하게 됐죠. 사실 전 일본영화도 좋았지만 소설이 가진 감성을 더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풀겠다 방향을 잡았죠. 뼈대는 같지만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원작의 느낌을 많이 덜어내려 했어요. 그 과정에서 판타지 로맨스의 한계도 생각하면서 좀 더 현실감 있는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죠. 판타지와 현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절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의도대로 영화가 그려졌고요. 명곡도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하곤 하잖아요. 각자의 매력으로 명곡을 소화하는데 저도 그런 방식의 일환으로 접근했어요. 그렇다고 원작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직 관객의 평가를 듣지 못했지만 일단 시사회를 통해서는 그런 우려의 지점이 해소된 것 같아 스스로는 만족해요(웃음)."
한편,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지섭, 손예진, 김지환, 고창석, 이준혁, 손여은, 이유진, 김현수, 배유람 등이 가세했고 신예 이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늘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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