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원팀의 꽃'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주 이야기다.
제주는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4차전 홈 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제주는 조 최하위인 4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승점은 3점. 광저우 헝다(승점 8)가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같은 날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2대2로 비긴 부리람(태국·승점 5)이 골득실(부리람 0, 세레소 오사카 -1)에 앞선 2위다.
제주는 ACL과 K리그1(1부 리그)을 포함, 올시즌 치른 6경기에서 1승1무4패로 부진하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이 저조하다. 제주 특유의 화력이 실종됐다. 지난해까지 철벽방어를 자랑했던 제주의 스리백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더욱이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제주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경기 후 만난 조성환 제주 감독은 애써 웃어보였다. 그렇게 해도 쓰린 마음까지 감춰지진 않는다. 자신에게 쏠린 비판도 잘 알고 있다. 포백 전환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언제 시도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중 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패를 잘못 꺼냈다간 더 깊은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고민을 거듭하는 순간에도 조 감독의 마음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감정. 바로 선수 걱정이었다. 조 감독은 "리그를 치르다 보면 이런 저런 위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는 일찍 왔고 언제 끊어내느냐가 문제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과도하게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선수들이 빨리 자신감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선수의 자신감 회복을 걱정하는 조 감독. 선수들의 마음도 같다. 감독 걱정이다. 주장 권순형은 "감독님이 가장 힘드실텐데 우리에게 내색하지 않고 끌고 가려 애를 쓰고 계신다"라며 "부담을 털고 결과로 보답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런트도 한 마음이다. 광저우 헝다전 패배 후 안승희 사장은 이동남 국장, 김장열 AT(Athletic Trainer·선수트레이너) 실장 등 4명의 직원과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선수단 지원방안 토론을 했다. 목표는 하나. 선수단 '기 살리기'였다. 안 사장은 "내가 축구를 잘 모르지만 십 수년 경험을 갖춘 훌륭한 직원들이 있다. 모두 조성환 감독에 무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조 감독과 우리 선수들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K리그 준우승, 2년 연속 ACL 진출 성과를 달성했다. 비록 올해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복해낼 것이라 믿는다. 프런트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프런트 '술잔 회의'에서 의미 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선수단 훈련 후 제주 프런트 전 직원이 박수와 환호로 선수들을 맞이하는 것. 이 국장은 "선수들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가끔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너무 위축된 우리 선수들을 보니 마음 아프다"라며 "조성환 감독과 논의해서 선수단 훈련 후 제주 전직원이 박수로 선수들의 그간 마음고생을 씻어보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전력 보강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구상중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영입 선수가 많아 조직력을 다지는 차원에서 보강을 활발히 하지 않았는데 팀이 흔들리자 김 준 구단주께서 '구단 전력 강화를 위해서 선수 영입도 적극 검토해보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15일 제주엔 거센 바람과 함께 봄비가 내렸다. 비 온 뒤 땅은 굳어진다. 그 촉촉함을 머금고 꽃도 만개한다. 봄이 온다. 제주도 그런 모습이길 바란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