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X.D. 글로벌 리미티드(이하 X.D. 글로벌)가 한국 유저를 기만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이어온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을 운영하며 보여준 여러 행동으로 유저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X.D. 글로벌은 지난해 6월 중국 개발사 미카팀(MIKA Team)이 개발한 '소녀전선'을 국내 정식 출시했다. '소녀전선'은 총을 미소녀 화 한 모바일 RPG다. 유저 취향에 맞춘 캐릭터 디자인과 육성에 중점을 둔 게임 구성으로 중국, 대만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했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출시 후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3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이러한 인기는 한국에서 특히 거셌다. 중국 UCC 사이트 비리비리(bilibili)에서 공개한 '소녀전선' 매출에 따르면 한국 매출이 중국, 대만과 비교하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출만 살펴봐도, 중국은 총 1,325만 위안(약 22억 원), 대만은 총 871만 위안(약 14억 원), 한국은 총 1억452만 위안(약 179억 원)이다. 석 달 매출만 비교해도 X.D 글로벌은 한국에서 중국보다 8배, 대만보다 12배 이상 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X.D. 글로벌이 '소녀전선' 매출 80% 이상을 한국에서 벌고 있음에도 한국 유저를 위한 운영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출시 후부터 발생한 여러 문제를 답습해 보면 이런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론 잠재우기식 지사 설립 발표는 그만, 진짜 지사 설립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X.D. 글로벌은 국내 첫 오프라인 이벤트로 다양한 '소녀전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인기를 볼 때 적지 않은 유저가 방문하리라 예상되는데도 별도 제한 없이 입장권을 판매했고, 500여 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행사장에는 유저 3천 명 이상이 방문했다. 결국, 수많은 유저가 상품은 구경도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게임 내 캐릭터 삽화 검열 문제에서도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소녀전선'은 2016년 중국 공안이 검열하면서 노출도가 높은 삽화가 대폭 수정됐다. 하지만 '666 제조식'으로 알려진 '검열 해제 코드'를 사용하면 게임 내 삽화가 수정되기 전으로 바뀌는데, 한국에도 해당 코드가 적용된 채 12세 이용가 등급으로 출시됐다.
그대로 몇 개월간 서비스를 이어갔지만, 일부 유저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민원을 넣었다. 게임위는 직권재분류로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X.D. 글로벌은 2017년 10월 16일 '검열 해제 코드'를 삭제하고 수정된 삽화를 검열된 삽화로 교체했다. 그런데 1919A4 '전쟁터의 마녀들', 수오미 '한여름의 성탄제', G36C '해 질 녘에 꿈꾸는 나팔꽃' 등 유료 캐릭터 스킨 삽화도 바뀌면서 문제가 됐다.
해당 스킨들은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만 원까지 과금해야 얻을 수 있는 유료 스킨이다. 그런데도 유저들은 검열 전 삽화가 마음에 들어 구매했는데, X.D. 글로벌은 일방적으로 삽화를 검열된 버전으로 수정하고 해당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2017년 10월 17일 한국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그렇지만 5개월이 흐른 2018년 3월에도 한국 지사 설립에 대한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최근 예약 판매를 진행한 아트북 퀄리티 문제, 출시 예정인 차기작 '벽람항로' 번역 문제, 특정 에이전시와 연관된 내부 고발 문제 등 문제가 연일 발생하고 있음에도 X.D. 글로벌은 공식 카페라는 제한된 창구를 통해서만 유저와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이메일, 전화번호 등 X.D. 글로벌과 관련된 어떠한 접촉 수단도 한국 유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최근 발생한 에이전시 문제에 대해 해명하는 공지사항에서 X.D. 글로벌이 '한국 지사 설립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언급한 점과 관련해 일부 유저로부터 단순히 유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지만 있으면 한 달이면 가능한 일을 다섯 달이 지나도록 진행하지 못하는 모습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X.D. 글로벌은 '소녀전선' 외에 '붕괴3rd' 를 국내 서비스 중이다. 3월 말에는 '벽람항로'도 국내 출시된다. 동시에 세 가지 게임을 국내 서비스하는 만큼, 한국 유저와 소통 창구는 필요하다. 한국 유저도 X.D. 글로벌 한국 지사 설립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정확한 설립 계획과 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녀전선'은 출시 직후 한국 유저들로부터 사랑받으며 매출 수백억 원을 거뒀지만, 한국 유저는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거나, 구매한 상품이 일방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등 불합리한 환경을 감내해 왔다"며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가는 X.D. 글로벌이 한국 유저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봉'을 대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