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13년 만에 다시 찾은 평양. 우리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이 평양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4일 새벽 귀환했다. 3박4일 가득 들어찬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다시 돌아와 취재진 앞에 선 공연단의 표정은 하나 같이 밝았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끈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은 4일 오전 2시52분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출발, 오전 3시4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해 취재진 앞에 섰다.
윤상, 조용필, 최진희, 강산에,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걸그룹 레드벨벳,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은 취재진 앞에서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음악감독을 맡았던 윤상은 취재진에 "응원해주신 덕에 2회 공연을 잘 마쳤다. 다들 현실적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하셨고, 인천에 도착해서야 내가 어떤 공연을 하고 왔나 실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사히 모든 일정을 끝내고 온 것에 감사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아티스트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숨 가쁘게 진행된 3박 4일의 일정. 역사에 남을 장면들을 정리했다.
# '우리의 소원' 합창...뭉클했던 박수 세례
2시간 10분에 걸친 공연, 평양의 동평양대극장 1500석을 가득 채운 북한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하이라이트는 남측에서 참여한 가수 11팀이 합창한 '우리의 소원' 무대. 관객들은 팔을 흔들며 뜨겁게 호응했고,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개최된 것은 지난 2005년 열린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 오는 4월 27일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과 서울에서 무대에 올랐던 북한 예술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로 마련된 자리. 현장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도 자리해 공연을 관람했다.
지난 1일 개최된 이번 공연의 부제는 '봄이 온다'.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를 비롯해 최진희·윤도현·백지영·레드벨벳·정인·서현·알리·강산에·김광민 등 총 11팀이 참여했으며, 윤상이 감독을, 서현의 사회를 맡아 공연을 진행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참여한 가수들은 고심해 선정한 곡들로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조용필은 40년간 함께한 밴드 '위대한 탄생'과 '그 겨울의 찻집'을 비롯해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선곡, 현장을 달궜고, 윤도현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자작곡인 '1178'로, 강산애는 분단의 아픔을 담은 곡 '라구요'로 의미를 더했다.
평양만 세 번째 방문하는 최진희는 현지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가수. 그는 '사랑의 미로'를 불러 호응을 이끌었으며,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노래하며 북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로, 정인은 '오르막길'로 감성을 더했다. 또한 관객들은 걸그룹 레드벨벳은 '빨간 맛', '배드 보이'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 빠듯한 일정 속 컨디션 조절 어려워...가수들의 '부상 투혼'
워낙 빠듯한 일정이었기에 가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공연단은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는 점은 박수받을 만하다.
'가왕' 조용필은 후두염을 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하는 장면에서도 후배 가수인 알리의 부축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현 또한 현지에서 몸살을 앓았지만, 이를 버텨내고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고. 대상포진 후유증을 앓던 이선희 역시 프로답게 공연을 마무리 하고 귀국,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 北에서도 뜨거웠던 '빨간맛'...김정은과 레드벨벳
레드벨벳은 공연단의 유일한 걸그룹으로 2003년 베이비복스 이후 15년 만에 방북 하는 팀었다. 북측의 뜨거운 반응과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으로 연일 이슈의 중심이었다. 북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며 'K팝'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
무대에 선 레드벨벳은 '빨간 맛'과 '배드 보이' 무대를 꾸민 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쳐 주고, 따라 불러줬다. 그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며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주려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소감을 전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레드벨벳을 만나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3일)에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번 이슈가 됐고, 레드벨벳의 모습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레드벨벳 아이린이 나란히 선 사진까지 화제가 되기도.
# 공연단의 北 만끽...옥류관에서 맛본 평양냉면
공연단이 평양 옥류관에서 북한 대동강 유역을 바라보며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도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봄이 온다' 공연 다음 날인 2일에는 3일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앞둔 우리 예술단이 북한을 만끽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그 중에서도 공연단이 냉면을 먹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관심을 받았다.
이튿날인 3일, 평양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라는 타이틀로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뭉쳐 공연을 진행했다. 이선희 'J에게', 백지영 '총맞은 것처럼', 최진희 '뒤늦은 후회', 조용필 '친구여', '모나리자' 등 북한에서 인기 많은 노래는 물론, 레드벨벳 '빨간 맛', 강산에 '라구요' 등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무대도 공개됐다.
최진희 이선희 백지영 서현 정인 알리 레드벨벳은 북한 여가수들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열창했고, 공연 말미에는 남북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올리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불렀다. 도종환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등은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1만 2천 관객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박수 세례는 10분 가량 이어졌다고.
한편 이번 우리 예술단의 공연은 오는 5일 밤 MBC, KBS, SBS 방송 3사를 통해 동시간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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