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39경기에서 타율 3할3푼2리에 76타점 87득점을 기록했던 주전 2루수와 100경기 이상 출전한 리그 주전 포수 가운데 도루저지율 3위(0.351)을 기록한 포수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팀 수비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센터라인의 주축들이 빠져버린 상황. 웬만한 팀이라면 당장 공수에서 큰 공백이 발생해서 위기 의식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이들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백업 선수들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한층 더 두터워진 뎁스 덕분에 넥센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넥센은 지난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10대2로 대승을 거두며 연패의 충격에서 깔끔하게 벗어났다.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이어 3일 고척 KT전까지 시즌 첫 2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넥센이 시즌 초반 난관에 빠진 듯 보였다. 특히나 주전 포수 박동원에 이어 2루수 서건창마저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에 나온 2연패였기 때문.
박동원은 고질적인 손목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3월31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 이틀째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동원은 시즌 초부터 왼쪽 손목 인대의 염증 증세 때문에 포구와 타격 때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처음 병원 검진 때는 수술 소견까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추후 검진에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넥센 장정석 감독은 과감히 박동원을 1군에서 빼고 치료에 전념하게 했다.
하필 이 대구 3연전에서 서건창도 다쳤다. 30일 경기에 2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연장 10회초 1사후 타석에서 삼성 심창민의 몸쪽 패스트볼에 오른쪽 무릎 바깥쪽을 맞아 쓰러졌다. 곧바로 대주자 김혜성으로 교체된 서건창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가 아이싱 치료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다음 날도 오른쪽 다리가 수난을 당했다. 전날 사구 여파로 31일 경기에서는 2번 지명타자로 나왔던 서건창은 7회 타석에 나왔다가 또 다쳤다. 자신이 친 파울 타구가 하필 종아리 근육 부위를 강타한 것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다음 날 경기에 나오지 못한 채 정밀 검진을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 타박상으로 판단 됐지만, 시간이 가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장 감독은 3일 KT전을 앞두고 서건창을 전격적으로 1군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공교롭게 박동원과 서건창이 모두 빠지자 시즌 첫 연패를 경험했다. 공수의 주축이 빠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 데미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백업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며 깔끔하게 연패를 끊어냈기 때문이다. 4일 KT전에서 장 감독은 김혜성과 김재현을 각각 2루수와 포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이들은 나란히 무안타에 그치며 공격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면에서는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특히 '제3의 포수'였던 김재현은 선발 한현희의 7⅓이닝 2실점 호투를 이끌어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선발 보다는 교체멤버로 주로 나왔던 임병욱은 이날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서건창-박동원의 공백과 마이클 초이스의 타격감 저하로 인한 타순 재조정으로 선발 기회를 얻은 임병욱이 마음껏 진가를 발휘한 날이다. 이처럼 주전 선수 한 두 명이 빠져도 크게 데미지를 받지 않는 모습은 올해 넥센의 강점 중 하나다. 장기 레이스에서 이런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