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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기적의 3연승, 최원혁-이현석 우리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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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과 이현석, 우리도 주인공이다!

서울 SK 나이츠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2패 뒤 3연승. 20점 리드를 당하던 3차전에서 졌다면, 문경은 감독 이하 선수단 모두가 포기를 할 분위기였는데 그 어려웠던 3차전 연장 대역전승을 거두며 단 번에 분위기를 가져왔다.

SK의 3연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다. 1, 2차전 패배를 통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정확하게 분석한 문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작전 수행을 착실히 해준 선수들의 조화가 좋았다. 원주에서 열린 1차전을 보자. 당시 제임스 메이스가 무리하게 골밑을 파고들다 로드 벤슨의 벽에 막혀 전반 무득점하고 어려운 경기를 했다. 다시 원주로 돌아와 치른 5차전. 메이스의 3점슛 4방이 결정타였다. 체력 저하로 발이 느려진 벤슨이 외곽으로 빠르게 나오지 못하자 메이스와 김민수 장신들이 3점슛을 쐈고, 이게 들어가며 경기가 쉽게 풀렸다.

또 하나는 디온테 버튼 수비다. 버튼은 5차전 28득점했다. 하지만 이는 DB가 아닌 SK에 성공 요소였다. 문 감독은 "20점 중반대 정도로만 득점을 묶으면 우리가 앞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버튼은 1차전 38득점, 2차전 39득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이 줄어든 것도 중요하지만, 버튼의 활동 반경에 제한되며 버튼에서 파생되는 공격도 줄어들었다. DB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여기에 앞장서고 있는 선수가 바로 가드 최원혁이다. 최원혁은 1m83의 단신 가드다. 하지만 대인방어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격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도, 문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그를 믿고 기용하는 이유다. 최원혁은 3차전부터 다른 곳은 쳐다도 보지 않고 버튼만 따라다녔다. 버튼이 질릴 정도로 잘 따라다녔다. 그의 투지는 10cm 키 차이도 극복하게 했다. SK 승리에는 많은 득점을 하는 외국인 선수들, 그리고 간판스타 김선형 등이 주역으로 인정받았지만, 아마 팀 내부적으로는 최원혁의 공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을 지 모른다.

이현석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이현석은 1m90의 슈터다. 상명대 출신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었지만, 프로에 와서는 최원혁과 함께 수비 전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수비력은 최원혁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대학 시절부터 쌓아온 클러치 능력은 한 수 위다. 5차전 그 진가가 발휘됐다. 중요한 타이밍 생각지도 못했던 3점슛 2방을 성공시켰다. 마지막 박빙의 순간 자유투도 침착하게 꽂아 넣었다. 11득점. 그야말로 알토란 같았다. 주축 선수들 득점은 양팀이 비슷하다고 했을 때, 이 이현석의 득점이 양팀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무방하다.

두 사람은 2014년 SK에 입단한 동갑내기 친구다. 프로에 입단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금세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스타 군단 SK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계속 활약중이다. 주전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문 감독이 이 선수들의 장점을 알아보고 특화시켜 키워낸 결과다. 문 감독은 매 시즌 해외 전지훈련에서 두 사람을 중용했고, 경기에도 꾸준히 출전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수비만 죽어라 하고, 화려한 플레이도 하지 못해 아쉬울 수 있겠다. 올해 신인 안영준에 대해 수비와 리바운드만 신경쓰게 하는 문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의문 부호를 제기하는 얘기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생존 자체가 힘든 프로 세계에서 그렇게 1군 선수로 더 오래 활약할 수 있음에 감독과 선수 모두 서로 윈-윈 될 수도 있다. 최원혁과 이현석이 자신을 키워준 문 감독에 확실한 보답을 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해피엔딩이 되려면 SK가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