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 약 2개월간 여자 프로농구 KDB생명 위너스의 지휘봉을 잡았던 박영진 전 감독대행이 코치로 팀에 돌아온다.
팀의 내부 사정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여러 복잡한 사정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떠날 위기에 처했던 후배 농구인을 품고 가겠다는 정상일 KDB생명 신임 감독의 제안을 WKBL이 적극 수용한 결과다. WKBL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감독과 박 코치, 그리고 최은호, 정광진 트레이너, 이현정 매니저 등의 계약을 발표했다.
사실 박 코치는 시즌 막판 불거진 이른바 'KDB생명 파동'의 직접적 피해자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 1월 8일 김영주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감독 대행을 맡아 정규시즌 종료까지 팀을 이끌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복잡한 일에 휘말렸다. KDB생명이 시즌 종료에 즈음해 박 감독 대행과 정식 감독계약을 맺어 놓고 2018~2019시즌 운영 포기를 선언한 것. 운영 포기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예견된 결과였고, 그간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즌 종료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WKBL이 위탁 운영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 코치와의 '감독 계약'이 문제가 됐다. KDB생명은 다음 시즌 운영비를 일부 부담하는 조건으로 기업 명칭 사용과 함께 감독 계약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WKBL과 구단 이사회에서는 운영 포기 구단이 맺은 감독 계약은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공개 모집으로 새 감독을 영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DB생명이 위탁 운영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부담은 최소화하려고 들면서 여러 가지 요구를 해온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중간에서 박 코치만 애매하게 허공에 떠버리고 말았다.
박 코치는 아예 감독 공개모집에 지원 하지도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까지 해놓고 다시 공모에 지원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지난 2010년부터 몸 담아왔던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공모를 통해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된 정상일 감독이 이런 박 코치를 다시 불렀다. 정 감독은 "팀을 나 혼자 이끌어갈 수는 없다. 특히 지난 4년간 해외에서 TV로만 봐왔기 때문에 디테일 한 사정을 잘 모른다. 팀을 잘 아는 코치가 필요했고, 박 코치만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된 점이 안타까웠다. 박 코치와 함께 하는 게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마침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어 편하게 제안을 했고, 박 코치 역시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밝혔다. 정 감독과 박 코치의 조합이 바닥에 떨어진 KDB생명의 기운을 되살릴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