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가 없다.
골프 시즌이 바야흐로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 한국 골프에 지존이 사라졌다.
남녀 공히 독주자가 없다. 베테랑과 신예, 유명 선수와 무명 선수가 사이좋게 우승컵을 나눠 들고 있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아직 단언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백가쟁명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징후는 또렷하다.
매년 슈퍼스타가 탄생했던 KLPGA에는 아직 독주 움직임은 없다. 구도가 부쩍 다분화 된 모양새다. 아직까지 다승자는 장하나(26) 뿐이다. 우승자 면면이 다채롭다.
홍 란(32) 같은 베테랑 부터 이소영(21) 인주연(21) 이다연(21) 최혜진(19) 같은 신진급까지 두루 포진해 있다. 박인비(30)같은 세계 최고의 골퍼부터 인주연(21) 처럼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선수도 있다. 장하나, 김해림(29), 김지현(27) 처럼 여러차례 우승을 경험한 한국 여자골프의 중추로 활약중인 선수들도 각각 한차례씩 우승을 신고했다.
대결구도도 다채롭다. 베테랑 선수와 신진급 선수들의 충돌이 빈번하다. 두산매치플레이 결승에서는 박인비가 겁없는 장타자 김아림(22)에게 진땀승을 거뒀다. 교촌허니레이디스 오픈에서는 김해림과 이다연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남자 무대는 더욱 예측 불가다. 대회 마다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한다.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무명의 전가람(23)이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매번 우승자가 바뀌었다. 무명의 반란은 SK텔레콤 오픈에서도 있었다. 권성열(32)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이태희(34)도 3년만에 개인통산 2승째를 신고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올시즌 우승 선수 중 이전까지 다승을 경험해본 선수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박상현(35)이 유일하다.
남은 시즌도 이러한 군웅할거의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절대 강자들이 해외 투어를 병행하는 사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신예들이 쑥쑥 성장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련미는 떨어지지만 장타력과 공격적 샷을 구사하는 신진급 선수들의 대거 등장은 남녀 프로골프 투어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요소다. 다만, 우승 선수의 다변화가 슈퍼스타 부재로 이어지면서 자칫 투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