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연극 '리차드 3세'가 온다.
독특한 미장센으로 주목받고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가 국립극단 초청으로 오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걸작인 '리차드 3세'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룬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악인으로 불리는 '리차드 3세'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각색과 연출로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올해 한국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고전이기도 하다.
2016년 '로베르토 쥬코'를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던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는 2명의 배우가 나서는 '광대극'이다. 장 랑베르-빌드, 그리고 공동 연출을 맡은 로랑조 말라게라는 어릿광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무대를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영상과 소품 등 독특한 무대 효과를 극대화해 등장인물이 40명에 달하는 원작의 대서사를 2인극으로 풀어낸다. 2016년 프랑스 초연 이후 일본에서 투어 공연한 바 있다.
한 광대가 자신의 환영과 마주하고 있다. 그 환영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며 실체 없는 망령들을 광대 앞에 불러낸다. 꼭두각시 같은 망령들이 광대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잇달아 환상세계가 펼쳐진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리차드 3세를 창조하는데….
각색, 연출, 배우를 겸하는 장 랑베르-빌드는 자신을 '리차드 3세'라 여기는 광대를, 로르 올프는 '리차드 3세'와 엮이는 여인들과 버킹엄을 비롯한 '리차드 3세'의 수족들을 연기한다. 특히 무대에 등장한 후 쉴 새 없이 의상과 분장을 교체하는 로르 올프의 퍼포먼스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광대극으로 풀어낸 '리차드 3세'의 환상세계를 정교하게 구축해낸다.
'리차드 3세'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와 조카를 무자비하게 제거한 인물이다. 절대 악의 상징으로 꼽혀온 리차드 3세는 이번 무대에서 하얀 얼굴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띠고, 기형적인 외형 대신 파자마와 도자기 갑옷을 입는다. 이렇게 작품에 녹아 있는 유머는 비극 속에 희극의 요소를 섞고, 희극 속에 비극의 요소를 숨겨두는 셰익스피어의 천재적인 극작술을 효과적으로 부활시킨다. 사랑스러운 얼굴로 무대에 오른 어릿광대의 모습은 오히려 '리차드 3세'의 잔혹함과 양면성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디자인 역시 '연극의 기술은 시적인 아름다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장 랑베르-빌드의 연극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프랑스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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