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희애(51)가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실제 내 모습은 아들 둘 둔 평범한 주부다"고 말했다.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에서 관부 재판 원고단의 단장을 맡아 법정 투쟁을 이끌어 가는 문정숙을 연기한 김희애. 그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허스토리'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허스토리'는 일본군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관부(하관-부산) 재판 사건을 스크린에 완벽히 옮겨냈다.
특히 김희애는 '허스토리'에서 우연한 기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고 전화를 개설하게 되고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관부 재판을 이끄는 90년대 당찬 여사장 문정숙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는 차진 사투리 연기와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로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였고 여기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헤어와 의상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명품 연기로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려낸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에 이어 '허스토리'의 김희애가 이들의 뭉클한 사연과 감동을 관객에게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희애. 이번 작품에서는 우아함 보다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여 보는 이의 마음을 붙잡는다. 이와 관련해 "사실 나는 정말 우아함과 거리가 멀다. 대중들에게 우아한 이미지로 많이 인식돼 있는데 실망시킬 것 같아 말을 못 하겠다"고 웃었다.
그는 "실제로 정말 심할 정도로 우아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내 삶이 전혀 안 우아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 우아하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생활은 더 심플하고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늘 운동복 입고 동네를 돌아다녔고 장도 직접 보면서 가족의 밥을 차린다"며 "대중이 우아하게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하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내가 가면을 쓴 것인가 싶기도 한다. 목소리도 늘 이렇지 않다. 나는 아들이 둘인 엄마다. 엄마들은 아들들에게 절대 우아하게 대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렇다고 내가 '우아하다'고 거짓말 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허스토리'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좋았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할까? 나이를 먹었지만 운이 좋아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게 됐는데 이번 작품은 외형적으로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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