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EY 매치업]'구설의 캡틴' 호날두-라모스, 서로를 넘어야 조1위 보인다

by

얄궂은 운명이다.

둘은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각) 함께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리버풀을 제압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3연패를 차지했다. 1992년 UCL이 현행 체제로 전환 후 첫 3연패였다. 최전방과 최후방을 이끌던 둘은 이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포르투갈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와 스페인의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2) 이야기다.

▶구설에 시달리는 두 남자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활짝 웃은 호날두와 라모스는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호날두는 UCL 결승전 후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시간은 아주 좋았다"며 "며칠 내로 내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은 팀 동료들과 즐거움을 나누겠다. 조만간 대답을 내놓겠다"고 이적을 암시했다. 재계약과 탈세 문제 등에 시달린 호날두의 폭탄발언 이후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호날두는 입을 다문채 월드컵 준비에 나섰지만, 관심은 온통 그의 거취 문제로 쏠리고 있다.

라모스는 결승전에서 거친 플레이로 눈총을 받았다. '리버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그와 부딪힌 후 어깨를 다치며 교체아웃됐고, 두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는 경기 후 라모스와의 충돌로 뇌진탕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컵에 나서는 살라의 조국 이집트와 13년만에 유럽정상을 기대한 리버풀팬들의 원성을 받았다. 이후 라모스는 인터뷰에서 "모든게 부풀려졌다. 그럼 피르미누의 감기도 내 땀 때문인가?"라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공격과 수비의 키를 쥔 두 남자

호날두의 마지막 남은 목표는 월드컵이다. 유로2016 우승을 통해 메이저 대회 우승의 한을 푼 호날두는 월드컵마저 거머쥔다면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호날두는 월드컵에서는 아직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모습을 드러낸 호날두는 13경기에서 단 3골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호날두는 예선부터 펄펄 날았다. 무려 15골을 폭발시켰다. 페르난두 산투스 체제 후 포르투갈은 실리축구로 변신에 성공했다. 수비를 탄탄하게 한 후 한방을 노리고 있다. 호날두의 결정력이 키를 쥐고 있다.

라모스는 4년 전 아픔을 겪었다.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나섰던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의 성적표를 받았다. 스페인은 전성시대를 이끈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대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임명하며 새 판을 짰다. 스페인은 기존의 패싱게임에 속도를 더하며 무적함대의 위용을 찾았다. 이스코, 코케, 티아구 등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은 새롭게 꾸려졌지만, 수비진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모스는 여전히 스페인 수비의 핵심이다. 라모스가 뒤를 지켜줘야 공격진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캡틴 대결의 승자가 조 1위를 차지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모로코, 이란과 함께 B조에 속했다. 이변이 없는 한 16강행이 유력하다. 때문에 순위가 중요하다. A조에는 우루과이가 조 1위가 유력한 가운데, 2위는 러시아와 이집트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B조 1위를 차지할 경우, 까다로운 우루과이를 피하고 비교적 만만한 팀과 16강을 치를 수 있다. 이 맞대결 승자가 조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호날두와 라모스의 맞대결 결과가 중요하다. 둘은 나란히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다. 두 캡틴의 기싸움은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예선부터 팀을 이끈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대회 전 전격경질된 스페인의 경우, 라모스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 한쪽은 뚫고, 한쪽은 막아야 하는 모순 대결에서 웃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평가받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대결은 16일 오전 3시(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피스트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