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보여주세요."
14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로코모티브역이 매우 분주하다. 덩달아 지하철 안내원의 손놀림도 바삐 움직인다. 이유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막을 올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 기간 중에는 팬 아이디와 경기 당일 티켓을 소유한 팬들에게는 지하철 탑승이 무료로 제공된다. 지하철 안내원의 발걸음이 두 배 빨라질 수밖에 없다.
모스크바는 며칠 새 공기가 확 바뀌었다. 주요 지하철역에는 영어 가능 자원봉사자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거리 곳곳에는 간이 관광 안내소가 설치됐다. 무엇보다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응원단이 급증했다.
개막을 불과 몇 시간 앞둔 모스크바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모스크바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관광객은 떼를 지어 승리를 노래했다. 각국의 축구팬들이 모이다보니 재미난 에피소드도 발생한다. '영원한 맞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응원단은 거리에서 응원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공식 개막전에서 충돌하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응원단은 자국의 이름을 연호하며 장외싸움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페루는 대규모 응원단을 꾸려 응원전을 치렀다. 꼭 이들 무리에 끼지 않아도 덩달아 흥이 나는 축제의 현장이다.
개막전이 펼쳐지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지하철에서부터 응원전이 펼쳐졌다.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15분은 축제였다. 한쪽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춤을 췄다.
팬 아이디와 티켓 검사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경기장에 출입하면 세계인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국적,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마음으로 한 달 동안 펼쳐질 축구 축제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있다. 스리, 투, 원. 축제는 시작됐다.
모스크바(러시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