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주 무대인 모스크바. 이곳에 221개국 유소년 축구선수가 집결했다. 월드컵을 맞아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즈프롬이 주최하는 풋볼 포 프렌드십(Football For Friendship)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이들.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의 유니폼에 다소 낯선 단어가 적혀있었다. 세발가락 나무늘보(THREE-TOED SLOTH), 여우원숭이(LEMUR), 키펀지(KIPUNJI)···. 이유가 있었다. 바로 멸종위기 동물의 이름이었다.
정치, 종교의 벽 허문 '우정'
그들은 국적이 아닌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 이름으로 팀을 나누어 축구를 했다. 세 차례 조별리그와 결승전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렸다. 하지만 이들에게 승패는 의미 없었다. 국적, 인종, 종교도 아무 상관없었다. 오직 '함께' 뛰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실제로 팀 구성은 어른들의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과 북한은 금발카푸친(BLONDE CAPUCHIN)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격돌하는 스웨덴과 멕시코는 그레비얼룩말(GR?EVY'S ZEBRA)팀에서 함께 뛰었다.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도 북극곰(POLAR BEAR)팀에서 연합했다. 비록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의견으로 대치 중인 나라의 아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해 대회에 참가한 김찬우는 "여기 오기 전까지는 통일이 나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새 친구가 생겼다"며 웃었다.
잉글랜드 여자 국가대표 출신 알렉스 스콧은 221개국에서 모인 유소년 선수에게 "축구는 세계의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를 통해 많은 장벽을 허물 수 있게 해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축구를 통해 우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의 '평등'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된 아이들. 축구는 벽을 허물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이른바 '강국'의 유소년 선수만 함께한 것이 아니다. 카보베르데제도,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바베이도스 등 익숙지 않은 국가의 어린이들도 참가했다. 이들 국가 중 대부분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경험이 없다. 아이들 역시 월드컵을 가까이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미래의 축구스타'의 꿈을 키웠다. 게다가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자국 국기를 들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도 했다. 그레나다에서 온 샘은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니 정말 재미있다"며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를 응원한다. 어른이 돼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21개국에서 모인 유소년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우정을 쌓았고, 또 밝은 미래를 그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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