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퇴장을 불사하면서까지 전하려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또 누구에게 전하려 한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만큼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 나온 힐만 감독의 퇴장 장면은 의외였다. 올해 첫 감독 퇴장 사례로 기록된 당시 상황, 평범하게 시작됐다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SK가 4-1로 앞서던 7회말. 삼성이 공격할 때였다. 선두자타 다린 러프가 우중간 3루타를 치고 나갔다. 발이 빠르지 않은 러프가 3루타를 기록할 수 있던 건 펜스에 맞은 타구가 수비수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튄 결과다. 러프에게는 운이 따랐던 순간이자 모처럼 선발 출장한 SK 베테랑 중견수 김강민의 판단이 약간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후 이원석의 2루수 땅볼 때 홈에서 승부가 펼쳐졌다. 김성현의 송구를 포수 이재원이 받아 몸을 날리며 태그를 시도했다. 송구가 거의 머리쪽으로 오는 바람에 공을 잡은 이재원은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러프를 태그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원의 왼쪽 다리가 러프의 슬라이딩을 블로킹했다. 쟁점은 여기서 발생했다. 이재원은 의도적으로 왼쪽 다리로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은 것일까. 아니면 포구 이후 자연스러운 스텝의 과정에서 우연히 블로킹이 된 것일까.
김익수 구심의 판단은 주루방해였다. 이재원이 정상적으로 공을 잡은 미트로 태그를 하기에 앞서 다리로 막았다는 판단. 하지만 힐만 감독을 비롯한 SK 코칭스태프는 반대로 판단했다. 머리 쪽으로 날아온 송구를 잡은 뒤 연결 동작에서 정상적으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주루 방해가 아니라는 주장. 결국 비디오 판독이 이어졌다.
이 비디오 판독의 핵심은 이재원의 움직임이 주루방해에 해당하느냐 아니냐였다. 영상을 보면, 이재원이 미리부터 홈을 막고 있던 건 아니다. 갑작스러운 홈 송구에 급하게 공을 잡고 태그를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동시에 하필 왼쪽 다리가 완벽하게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은 모습도 보인다. 이게 고의였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건 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일리가 있다.
이럴 때는 구심의 판단이 권위를 지닌다. 애초 내린 '주루방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대개 원심이 유지되는 게 맞다. 김익수 심판의 판단이 크게 잘못됐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SK 입장에서도 충분히 억울할 순 있다. 게다가 경기 후반 3점차와 2점차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힐만 감독의 거세게 항의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어차피 힐만 감독도 판정이 뒤집힐 순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에 대한 어필이 퇴장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더욱 강력하게 목소리를 낸 건 급격히 상대쪽으로 기울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계속 미묘하게 부실해지던 수비진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히려 승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힐만 감독의 숨은 의도가 어쨌든 간에, 이후 덕아웃에서 사령탑이 사라지면서 SK는 승부처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8회 동점에 이어 역전 홈런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새삼 퇴장까지 감수할 일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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