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지만, 축구는 결과다. '과정이 중요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이겨야 사는 월드컵, 현실 축구에선 결과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신태용호가 스웨덴전에서 VAR을 운좋게 피해, 비기거나 이겼다면 '신의 한수, 트릭이 통했다'는 기사가 쏟아졌을지 모른다. 스웨덴에게 패하자 '트릭'에 대한 야유와 특정 선수를 향한 비난이 연일 쏟아진다. "수비 하면 수비 한다고 뭐라 하고, 공격 하면 공격 한다고 뭐라 한다"던 오래 전 K리그 어느 감독의 볼멘 소리, 결국 승리가 답이다.
일본이 콜롬비아를 이겼다. 일본은 19일(한국시각) 러시아 모르도비아 사란스크의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가가와 신지와 오사코 유야의 골을 묶어 2대1로 승리했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남미 국가에 승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 역대 전적에서 아시아는 남미에 3무15패로 열세였다. 전반 3분만에 산체스의 퇴장으로 얻어낸 수적 우위, 승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 국민들은 반전 승리에 온통 축제 분위기다. 니시노 재팬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던 일본 언론은 일제히 태세를 전환했다. 니시노 감독의 영도력, 리더십, 축구전술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닛칸스포츠에서 1985년부터 월드컵 등 축구 주요 현장을 취재해온 고이치 오기시마 편집위원은 이례적으로 니시노 감독을 향한 사과 칼럼을 올렸다. 칼럼 타이틀은 이랬다.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니시노 감독, 미안합니다.'
오기시마 위원은 '솔직히 나는 콜롬비아를 이길 거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비기기만 해도 잘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경기 초반 상대가 10명이 되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부정적이었습니다. 지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고 내 칼럼은 오직 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니시노 감독, 미안합니다. 나는 전혀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직전에 감독이 교체됐고, 위기감이 들었고, 주위의 반응도 같았습니다. TV에서 승리를 이야기하는 소리도 평론가들에게는 3전패로 들렸습니다.
물론 축구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는 것이죠. 콜롬비아전, 지난 경기들의 끔찍한 패배들은 마치 거짓말과도 같았습니다'라고 썼다. '사령탑' 니시노 감독의 전술은 눈부셨다고 인정한 후 '미안합니다. 당신 덕분에 일본의 열기가 되살아났습니다. 축구에 흥미가 없는 이들, 축구과 무관한 이들도 월드컵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태극전사들이 남은 멕시코, 독일전에서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부은 이들이 미안해질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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