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록에 신경 쓸 때가 아니죠.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겠습니다."
이것이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의 진심이다. 지난 8일 밤, 고척돔에서 KIA와 4시간39분짜리 접전을 펼친 끝에 연장 10회말 김재현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뒤에 한 말이다. 이날 박병호는 4회말 솔로 홈런을 치며 시즌 30호 고지를 밟았다.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홈런왕 타이틀'에는 관심이 없다. 혹시라도 시즌 초반 부상을 겪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출전하면서 타이틀 1~2위 쯤에서 경쟁하고 있었다면 승부욕이 발동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자꾸만 타이틀을 언급하지만, 박병호는 아직까지도 부상으로 빠졌던 것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그 공백을 만회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특히나 현재 팀은 치열한 중위권 싸움 중이다. 모름지기 팀의 '4번 타자'라면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배팅을 해야 한다는 게 박병호의 신념이다.
그런데 이런 타이틀에 관한 무심함이 오히려 박병호를 타이틀 쪽으로 다가서게 만드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타이틀 욕심을 버리고, 팀 승리를 위한 배팅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정적인 찬스에서 더욱 효과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박병호의 홈런 생산력은 단연 리그 최고다. 지난 7월17일부터 재개된 리그 후반기 18경기에서 무려 11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현재 홈런 1위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이 19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친 것과 비교하면 박병호의 페이스가 얼마나 좋은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박병호는 같은 기간 타점 부분도 1위다. 총 23타점을 올렸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겠다"는 박병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건 여기서 확인된다. 4번 타자로서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박병호는 지금 타이틀을 위한 스윙이 아닌 승리를 위한 스윙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워낙 힘과 기술이 뛰어나다 보니 그렇게 집중해서 공을 때리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박병호는 득점 찬스에서 '정확히 맞혀 멀리 보낸다'는 팀 배팅의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그 결과 홈런이 자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홈런왕 레이스에서 두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제 로맥과는 불과 5개 차이다. 이 정도면 가시권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병호는 그 차이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팀 배팅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전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박병호의 '타이틀 무관심'이야말로 홈런왕 탈환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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