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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초년생 감독 맞나? '밀당'의 귀재 박동혁 감독 지도력 '대박'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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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감독 경력은 전무했다. 지난 2015년 현역 은퇴 이후 프로팀 코치만 1년6개월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8개월간 써내려가고 있는 감독 스토리는 역대급이다. 박동혁 아산무궁화 감독(39) 이야기다.

지난 8일 열린 FA컵 16강은 '청출어람'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아산은 '대어'를 낚았다. 'K리그 절대 1강' 전북을 2대1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최 감독이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2005년 FA컵 우승을 이끈 멤버다. 13년이 흘렀다. 만 39세, 'K리그 최연소 사령탑'이 된 박 감독은 전북만 13년째 이끌고 있는 '스승'의 벽을 뛰어넘었다.

박 감독이 내민 전북 격파 묘수는 두 가지였다.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전북을 상대로 내려서지 않고 '맞불'을 놓아야 했기 때문에 몸싸움,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키가 작고 피지컬이 약한 선수들을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또 교체명단에 두 명의 중앙수비수를 포함시켰다. 서울이랜드 출신 김동철과 전남 출신 김준수였다. 박 감독은 "후반 42분 2-1로 앞서면서 곧바로 두 명의 센터백을 투입했다. 멀티 골로 팀 승리를 이끈 이한샘이 쥐가 나기도 했고 전북에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투입돼 헤딩싸움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건 박 감독의 지도력이다. '밀당(밀고 당기기)'의 귀재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박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활용한다. 박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볼 돌리기 훈련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연습경기 때는 단호하게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감독님들에 비해 선수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아 선수들이 내 말에 더 공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세밀함은 오랜 선수생활에서 얻은 경험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은 올 시즌 K리그2(2부 리그)에서 성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승점은 같다. 다득점에서 한 골차로 뒤져있을 뿐이다. 일각에선 아산 멤버가 K리그1(1부 리그)에서도 중상위권을 달릴 수 있을 만큼 좋기 때문에 박 감독의 지도력이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이명주 주세종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어 미드필드는 괜찮은 편이지만 나머지 포지션은 그렇지 않다. 외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겉과 내가 운영하는 속은 다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감독은 이번 시즌 별명을 얻었다. '미다스의 손'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스타가 된다. 공격수 한의권이 좋은 예다. 2014년 경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한의권은 2015년부터 대전에서 뛰다 지난해 경찰청축구단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한의권은 박 감독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박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한 패스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적합한 선수였다. 전반기만 뛰고도 커리어하이(7골-1도움)를 찍었다. 결국 복수의 K리그1 팀들의 러브콜이 밀려들었다. 그의 선택은 수원이었다. 1부 리거가 됐다. 박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이 장점을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살려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공평하게 준다. 동계훈련 때도 세 팀을 만들어 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했다. 현재 이한샘과 조성준 등도 '제2의 한의권'이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젠 FA컵 사상 첫 군경팀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박 감독이 '명장'을 향한 걸음을 내딛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