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렇게 야구장에 나와 야구를 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후반기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안중열(23)이 주인공이다.
안중열은 부산고 재학 당시만 해도 수준급 포수로 꼽혔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특별라운드 전체 15번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데뷔 시즌 2군리그에서 77경기를 나선게 전부였다.
이듬해 고향팀 롯데로 트레이드된 안중열은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25타수30안타), 1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2016년에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팔꿈치까지 다쳤다. 지난 7월 8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2년여를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1군 등록 후 안중열은 조원우 롯데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맹활약하면서 롯데의 주전 포수 고민을 풀어줬다. 8일 울산 LG 트윈스전까지 22경기 타율 2할7푼8리(54타수15안타), 2홈런 5타점, 장타율 4할8푼1리, 출루율 3할2푼8리를 기록했다. 조 감독은 "안중열이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장타 뿐만 아니라 작전 수행까지 잘해주고 있다.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안중열은 "경기마다 등판하는 동료 투수에 맞춰 리드를 하고, 상대 타자를 연구하는데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기나긴 재활의 시간, 안중열은 '제로베이스'를 택했다. 그는 "2년 전을 생각해보면 안이하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그저 '되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다쳤다"며 "힘든 재활 기간을 거치면서 아무런 생각없이 지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를 다 버리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실전에서의 마음가짐, 복기 등 코치님,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하면서 배우려 노력했다"며 "공부한 것을 2군에서 풀어내고 보완하면서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1군 복귀 과정을 두고는 "갑작스럽게 콜업 소식을 들었다. 사실 부상으로 쉰 시간이 길어 선구안 등 경기 감각이 완전치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며 "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내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황"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후반기 활약이 안중열의 무혈 입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종덕, 나원탁, 김사훈 등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오는 9월이면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는 김준태가 제대한다. 안중열은 지난 2016년 김준태와의 주전경쟁에서 열세를 보여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안중열은 "욕심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야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동료들과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중열은 9일 KIA전에서 4-4 동점이던 5회초 2사 만루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생애 첫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11대4, 3연승을 이끌었다. 인고의 시간을 뚫고 나온 안중열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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