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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내려놓아야 할 손흥민, 그라운드 '보스' 아닌 '리더'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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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김학범호가 '완전체'가 됐다.

마지막 조각이 결전지에서 맞춰졌다.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13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의 반둥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일 열린 뉴캐슬과의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개막전에서 후반 35분 교체출전, 팀의 2대1 승리에 견인한 뒤 곧바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16시간을 날아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온 손흥민은 13일 오후 늦게 김학범호에 합류했다.

손흥민은 그야말로 김학범 감독의 '비밀병기'다. 거꾸로 얘기하면 김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을 빨리 찾지 않아야 로드맵 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손흥민을 조별리그에서 최대한 아끼려고 구상 중이다. 김 감독은 "(손흥민은) 철인이 아니다. 대회 초반부터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베스트인 선수는 없다. 모든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뛰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를 이겨낼 수 없다. 굉장히 신경 써서 선수를 기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오는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선 최전방 공격에 손흥민 대신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황의조를 먼저 출격시킬 가능성이 높다. 황의조는 지난 6일 합류해 일주일 간 후배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현지 적응과 휴식을 취하면서 1차전을 건너 뛸 공산이 큰 손흥민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금메달을 통한 병역 면제다. 이번 대회는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앞서 두 차례 기회를 놓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의 차출 거부로 뛰지 못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병역법상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대상자인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할 경우 만 27세가 되는 내년 7월이 지나면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 한데 '군팀' 상무 입단은 자격미달이다. 손흥민은 서울 동북고 졸업 전 독일로 건너갔기 때문에 최종학력이 중졸(중학교 졸업)이다. 상무에는 고졸 이상 학력자만 입단할 수 있다. 손흥민이 상무에 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경찰청 입단도 불가능 하다. 경찰청에서 뛰려면 6개월간 K리그 팀에 몸담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과 5년 재계약을 하면서 역시 경찰청 입단도 불가능해졌다.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K3리그 또는 내셔널리그 팀에서 뛰는 것 뿐이다.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리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금메달이 필요한 손흥민이다.

가장 먼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2년 전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0대1 패)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당시에도 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손흥민은 8개의 슈팅 중 무려 5차례 유효슈팅을 날렸다. 수비수의 방해 없이 슈팅한 장면도 꽤 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손흥민의 슈팅은 골대를 외면했다.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였다. 결국 손흥민은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적셨다.

손흥민이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축구는 혼자 하는 종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회 내내 손흥민의 미션은 '후배들 다독이기'다.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손흥민은 고참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23세 이하 선수들에게 존재감이 가장 강력한 1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 월드클래스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그라운드 밖 일거수일투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손흥민의 표정 하나하나에 후배들의 심리도 요동칠 수 있다. 특히 손흥민의 말 한 마디가 젊은 피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사기를 저하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보스'가 되면 안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