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나 말고도 몇 명 더 있을텐데···."
'레전드' 조광래 대구 사장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진주 봉래초 5학년 때 축구화를 '제대로' 신었다는 조 사장. 그는 현역 시절 꽃길을 걸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멕시코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를 누볐다. A매치 99경기에서 15골을 넣었다. 그리고 또 하나, 조 사장의 이력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화려한 경력이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건 두 개의 금메달이다. 그는 1978년 방콕, 1986년 서울에서 정상에 올랐다.
"내가 뛸 때만 해도 아시안게임에 연령 제한이 없었다. 그 덕분에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1978년에는 북한과 공동 우승을 했고, 8년 뒤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단일 우승을 했다. 서울 대회에서는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8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거머쥔 금메달.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한국 축구 역사상 아시안게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인물은 조 사장을 포함해 4명(조병득 조영증 허정무)에 불과하다.
조 사장은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펄펄 날았다. 1978년에는 7경기 중 5경기에 출전, 2골을 기록했다. 1986년에는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그는 6경기 모두 풀타임 활약하며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때 그 순간이 더욱 뜻 깊은 이유가 있다. 매번 '은퇴 경기'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조 사장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병역 혜택을 받게 된 후배들은 고맙다며 헹가래를 쳤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 조 사장은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조 사장의 뜻은 1년 유예 됐다. 소속팀에서 통사정한 탓에 플레잉코치로 1년 더 뛰고 축구화를 벗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 역사에 각종 명장면을 만들어낸 조 사장. 그로부터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다. 또 한 번 아시안게임이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광래의 아이들'이 스승의 뒤를 이어 금메달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예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합류한 '수문장' 조현우(27)다. 조 사장은 조현우를 발탁,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성장시켰다.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을 잘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열심히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 지금은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사장의 그때 그 시절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라운드 위 후배들과 함께 뛰고 있다. 이번에는 후배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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