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코리아'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첫날 '노골드'의 아쉬움을 삼켰다.
개막식 후 첫날인 19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에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녀 펜싱 경기가 시작됐다. 첫 종목은 여자사브르 개인전, 남자에페 개인전이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30·익산시청),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진선(34·화성시청),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이 나란히 4강행에 성공하며 동메달 3개를 조기 확보했다. '펜싱코리아'는 펜싱 첫 금메달을 향해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금메달을 눈앞에 둔 4강 첫 피스트, 김지연이 중국 에이스 치안 지아루이에게 13대15로 패했다. "단 한번도 져본 적이 없는 상대"라고 했다.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다. 너무 긴장했던 것같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진 남자 에페 4강전, 이번엔 '백전노장' 정진선이 흔들렸다. 단 한번도 져본 적 없는 '카자흐스탄 에이스' 알렉사넨 드미트리에게 12대15로 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서, 이번 대회를 마지막 은퇴 무대로 삼았다. 이 종목 아시안게임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했었다. 그러나 정진선 역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선수인생 마지막 무대라는 결연함이 오히려 독이 됐다. 간절했던 자카르타 피스트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은 '할 수 있다' 박상영이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주문을 외우며 기적의 역전 금메달을 빚은 박상영은 선배들이 모두 떠난 피스트에서 나홀로 살아남았다. 4강에서 일본의 카노 코키를 15대1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엔 예기치 않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4로 밀리던 상황, 박상영은 극심한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피스트에 쓰러졌다. 5분간의 메디컬 타임 후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박상영은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할 수 있다" "힘내라 박상영" 응원이 쏟아졌다.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박상영은 리우올림픽 금메달 직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올시즌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서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지만,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 강한 반면,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독 고전했다. 박상영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은 오히려 쉬울 거라 쉽게 생각하지만, 내게 아시안게임은 내게 더 큰 도전"이라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었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마지막 한포인트까지 최선을 다했다. 종료 14초를 남기고 12-13까지 따라붙으며 기적 승부를 다시 연출하는가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12대15로 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휩쓸고, 지난달 중국 우시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펜싱을 향한 팬들의 기대는 컸다. 대한체육회 역시 금메달 12개 중 7~8개를 딸 것으로 전망했다. 펜싱 경기가 시작된 첫날, 중국, 일본 등의 견제가 심한 가운데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긴장감이 너무 컸다. '첫 금메달', '마지막 금메달'의 개인적인 부담감도 컸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다.
첫날 한국 펜싱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도 금메달을 챙기지 못했다. 정진선의 "천천히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결승에 간다는 생각으로 너무 빨리 가려 하다보니 몸이 굳은 게 패인"이라는 회한 섞인 고백은 향후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되새길 교훈이다. 20일 남자 사브르, 여자 플뢰레 개인전, 21일 남자 플뢰레,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펜싱코리아의 금메달 도전이 이어진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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