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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정원 감독을 잘 아는 축구인은 전격 사퇴 소식을 듣고 한탄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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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부 팬들의 도 넘은 비난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25일 경남전에서 수원 서포터스는 '응원 보이콧'을 했다. 이들은 '침묵 시위'와 함께 선수, 코치, 구단 프런트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팬은 서 감독의 가족(아들)까지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개인 SNS에 들어가 '악플'을 달며 화풀이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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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면 '도넘은 팬심'이 서 감독을 좌절시킨 사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도넘은 팬심'은 기폭제, 도화선이 됐을 뿐 폭발력을 키워온 내부 스트레스, 문제적 요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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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잘되는 집구석'이라면 조직이 힘들 때 책임 추궁은 할 때 하더라도 격려하며 함께 이겨내자고 먼저 추스르는 게 상식이다.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경고 메시지를 받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전달 방식도 잘못됐다. 프로구단에서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경우는 왕왕 있다. 다만 당사자를 조용히 불러서 전달하지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감독-코치가 걱정된 선수들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신뢰감 상실된 조직이란 인상을 줬다.
지난 7월 신임 스카우트 팀장을 영입한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수원 구단은 그동안 감독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스카우트로 기용해왔다. 감독이 현장에서 쓰는 선수를 발굴하는 업무를 스카우트가 맡고 있기에 둘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전통이 깨졌고 구단 위주로 채용됐다. 이를 두고 타 구단에서 말이 돌았다. 전통을 깨고 감독 의견이 배제된 사례였기 때문이다. "구단이 감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에 나돈 이들 소문만 보더라도 서 감독의 사퇴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도넘은 팬심'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줬다면, 인간 서정원은 그동안 계속 울고 싶었던 셈이다. 수원 구단은 작년 10월 서 감독의 재계약 과정에서 신뢰 부족 문제를 노출한 바 있다. 이후 대표이사가 박찬형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바뀌면서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즌 초 데얀 등 전력보강을 할 때 보이는 듯 했던 '소통'은 어느새 또 다시 사라진 느낌이다.
서 감독은 사퇴 발표 이후 연락을 끊은 채 칩거 중이다. 연락이 닿으면 괜히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 게 부담스럽고 떠나는 마당에 조용히 입 다물고 가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서 감독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트 대표는 "감독님은 한동안 푹 쉬기만 할 예정이다. 금명간 독일로 건너가 유학 중인 아들도 만나고 휴식시간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