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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스타리카]베일벗은 벤투 축구, 키워드는 '높은 점유율+측면 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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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역시 측면이었다.

한국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이날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벤투 감독이 펼칠 축구에 관심이 모아졌다.

벤투 감독은 이날 4-2-3-1 카드를 꺼냈다. 원톱에는 황의조(감바 오사카) 대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나섰다. 2선에는 '주장' 손흥민(토트넘) 남태희(알두하일)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자리했다.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뉴캐슬) 정우영(알사드)이 포진했다. 포백은 홍 철(상주)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FC도쿄) 이 용(전북)이 이뤘다. 당초 미드필더로 분류됐던 장현수가 선발 센터백으로 나선 것이 이채로웠다. 골문은 김승규(비셀고베)가 지켰다.

경기 시작과 함께 홍 철-이 용 좌우 윙백의 위치가 눈에 띄었다. 대단히 높이 올라섰다. 사실상 윙어에 가까웠다. 홍 철과 이 용은 공격의 중심이었다. 중앙에서 볼을 잡으면 지체없이 사이드로 보냈다. 여기서부터 공격이 시작됐다. 이 용 홍 철 김문환(부산) 윤석영(서울)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능한 윙백들을 발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좌우 윙백들이 사이드를 장악하자, 좌우에 포진한 손흥민과 이재성은 가운데로 좁혀서 뛰었다. 윙어라기 보다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둘은 고정된 위치가 없었다. 수시로 위치를 바꿨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윙백들의 오버래핑으로 생긴 뒷공간을 부지런히 커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측면이 살아나자 공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소집 4일만에 치러진 경기지만 빌드업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받에 나섰음에도, 측면을 기반으로 이어진 볼줄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후방에서 부터 연결된 볼은 측면으로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윙백-윙어-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원톱)이 삼각형을 만들며, 이어진 원터치 패스는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손흥민 이재성 뿐만 아니라 지동원까지 내려와 연결된 볼은 코스타리카 수비를 괴롭혔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연계만큼은 만점을 줄 수 있었다.

측면 만큼이나 주목할 것이 중앙 운용이었다. 특히 기성용 활용법이 인상적이었다. 수비에 중심을 두던 이전과 달리, 볼배급에 주력했다. 측면 공격이 살아날 수 있었던데는 단연 기성용의 빠른 전환 패스가 있었다. 기성용은 좌우 전환 뿐만 아니라 여러차례 절묘한 롱패스로 공격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반 34분 이재성의 골을 만들어낸 페널티킥 역시 기성용의 롱패스에서 출발했다. 정우영은 기성용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히 하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줬다. 기성용이 교체된 이후에는 기성용이 하던 역할을 이어 받았다. 중앙에서 볼이 안정적으로 배급되자 점유율도 올라갔다.

수비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전반은 김영권 장현수 콤비가, 후반은 김영권 김민재 듀오가 중앙을 지켰다. 흔들림이 없었다. 좌우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올라갔지만 손흥민 이재성의 수비가담이 워낙 좋았다. 정우영 기성용도 포백을 적절히 보호했다. 집중력도 돋보였다. 라인을 올려서 플레이했지만, 뒷공간에 대한 대비가 좋았고, 무엇보다 실수없이 경기를 마쳤다.

2대0 완승. 결과도 결과였지만 내용 면에서 만점에 가까운 플레이였다. 단 한경기였지만 향후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은 대성공이었다.

고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