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상으로는 기자간담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국민 사과'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불거진 여러 야구계 현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총재는 12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야구계 현안에 대한 담화문 발표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는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0일, 정 총재가 2019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야구계의 현안에 대해 12일에 제 생각을 밝히겠다"고 해서 성사된 자리다.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초 아시안게임 이후 총재께서 많은 고민을 하시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자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셨다. 구체적인 날짜는 급히 잡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날짜는 급박하게 잡혔지만 정 총재는 야구계 현안에 대한 많은 부분에 관해 준비를 하고 나온 듯 했다. 담화문 뿐만 아니라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도 A4 용지에 따로 정리해 응답했다.
이날 발표문의 핵심은 결국 '대국민 사과'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3연패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스포츠인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국민)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쳤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외형의 성과만을 보여드리고 만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다. 그러나 입다물고 시간이 지나기만 바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KBO와 한국야구 대표팀에 대해 지적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을 뼈아프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정 총재는 계속해서 "KBO가 '국위 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대국민 사과 이후 정 총재는 향후 KBO의 현시적 문제점에 대한 대안에 대해서도 항목별로 길게 언급했다. 우선 정 총재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1차 실무 협의까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재는 "KBSA 김응룡 회장님과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다시 살펴보고 여러 전문가들과 토의해 전문성을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국 야구의 몇 가지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겠다. TF팀을 구성해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과 국제 경쟁력, 부상 방지 시스템을 살펴보고 실업 야구의 재건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총재는 "올해 목표는 한국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KBO리그 제도 확립 및 개혁"이라고 못박은 뒤 "어제 열린 KBO 리그 이사회에서 회원사 대표들과 외국인선수 계약 금액 상한선을 비롯하여 FA 및 드래프트 제도, 최저임금, 금년에 경험한 혹서기에 대비한 경기 시각의 탄력적 운영 등을 폭 넓게 논의한 바 한국야구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장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