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승부를 지켜보던 두산 베어스는 웃고 있었을까.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가 SK의 3승2패 승리로 마무리됐다. 특히,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5차전은 시나리오를 이렇게 만들라고 해도, 만들기 힘든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4-9로 밀리던 넥센이 9회초 동점을 만들고, 10회초 역전에 성공했지만 10회말 SK가 믿을 수 없는 연속타자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소름을 돋게 했던 9회 2사 박병호의 동점포, 더 소름이 돋았던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 등으로 팬들은 전율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사실 이 경기는 명승부라는 그림자 뒤에 가려진 졸전이었다.
6회 점수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 양팀 모두 쉽게 경기를 끝낼 찬스를 스스로 걷어쳤다. 6회초 최 정이 제리 샌즈의 병살타성 타구를 더듬지만 않았다면 김광현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SK가 승기를 일찌감치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6회말 김혜성이 어처구니 없는 2루 송구 실수를 안했다면 SK가 일찍 경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SK가 9회 동점을 내준 건 더 뼈아팠다. 메릴 켈리 카드를 쓰고도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켈리가 8회부터 공이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9회 주자를 계속 출루시키며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꾸역꾸역 아웃카운트를 잡는 모습에 '설마 역전되겠나'라는 식의 경기 운영을 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급하게 마무리 신재웅을 올렸지만, 박병호를 상대로 제구가 안되는 신재웅 투입 역시 무리수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아무리 부진했어도 박병호는 박병호. 빠른 공이 몰리면 좁은 인천에서 어떻게든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인데, 너무 쉽게 본 측면이 있다.
넥센은 두고두고 아쉬웠을 장면이 10회초였다. 임병욱과 김민성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냈다. 이어진 박정음의 희생번트. 1사 3루의 찬스. 여기서 김재현이 루킹 삼진을 당한 게 충격이었다. 어떻게든 1점을 더 뽑아 상대 숨통을 끊어야 했는데, 허무한 삼진으로 상대를 살려주고 말았다. 김재현이 타격이 약하면 얼이 빠진 SK를 상대로 스퀴즈 작전 등도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만, 시리즈 내내 희생번트를 못댄 김재현을 생각하면 장정석 감독도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여기서 추가점을 뽑지 못한 게 넥센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됐다.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좋은 타격에 가려진 것일 뿐 양팀의 불펜 투수력과 수비, 그리고 세밀한 작전 등에서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팀들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특히, 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지은 SK의 불안한 수비력과 불펜을 보며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은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을 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