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설인아를 만났다.
설인아는 지난 2015년 KBS2 '프로듀사'로 데뷔한 이후 지난해 JTBC '힘쎈여자 도봉순'과 KBS2 '학교2017'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은 신예 여배우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수 예능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MBC '섹션TV연예통신'의 MC가 되기도 하며 화제성 높은 20대 여배우로 활약 중이다. 올해는 SBS '정글의법칙 in 멕시코'에서 놀라운 수영실력과 비타민 같은 매력을 선보였다. 또 KBS1 일일드라마 '내일도 맑음'(김민주 극본, 어수선 연출)에서 흙수저 주인공 강하늬 역을 맡아 121부작을 이끌었다.
설인아가 연기한 강하늬는 흙수저로 알바인생을 전전하다 K1 홈쇼핑에서 해고되고, 그 충격에 패션회사를 설립하는 '캔디형' 캐릭터. 출생의 비밀부터 고난과 역경 스토리까지 전부 간직했던 그는 드라마 후반부 출생의 비밀이 풀리고 자신의 운명을 바꿨던 이들을 용서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설인아는 종영 인터뷰를 통해 "여섯 달 동안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 그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긴장을 덜 해서 안심도 됐다. '내일도 맑음' 시즌2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2가 있더면 더 통쾌한 복수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 특히 '내일도 맑음' 속 강하늬가 복수의 중심이 아닌, 운명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답답한 면이 많았기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설인아는 "엄마를 뒤늦게 찾았으니, 이모가 자수를 하고 감방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괴롭혀야 되지 않나 싶다. 그런 걸 시청자들도 더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늬가 지금까지 너무 많이 당했고 고구마였는데 복수를 하면 더 재밌을 거 같더라. 지은이(하승리)도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세상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하늬가 그걸 구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뺨을 때리지 않나.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늬 말고 수정이로서의 삶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아쉬움이 있다. 저는 사실 제가 흑화되길 바랐었다. 복수에 있어서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도와줬고 저는 업혀가는 기분이었다. 너무 도움만 받았다"고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설인아는 "저는 너무 억울했다. 저와 하늬는 모든 게 다 비슷한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하늬는 할 말을 못한다는 거다. 해야 할 말을 못하는 것이 아쉬워서 그 자체만으로도 고구마가 됐던 게 아닌가 싶다. 하늬가 또 오늘만 사는 캐릭터기 때문에 지은이한테 욕을 먹고도 그 날만 기분이 나쁘고 다음날 또 '지은아 안녕'하면서 밝게 인사하는 캐릭터였다. 너무 착한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설인아가 생각한 강하늬의 복수법은 뭐였을까. 그는 "답답한 것이 하늬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복수도 못했다. 그래도 제가 하늬였다면 할 말은 했을 거 같다. 수정이란 것을 알았다면 '너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할 거 같다. 하늬도 마음가는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은이가 매일 하늬보고 '어이없어 정말'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냥 딱 한마디 해주고 싶더라. '네가 더 어이없고 이 세상이 어이없다'고"라며 "배우들끼리 모이면 '원래는 이런 대사가 나와야 되지 않느냐'고도 얘기하고, 지은이도 저한테 '나 하늬한테 너무 하는 거 같다'고 얘기하고 그랬다. 서로 뒤에서 풀어가면서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했다.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이 많은 캐릭터지만, 설인아는 강하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첫 주연작인 '내일도 맑음'에 함께하게 된 것도 강하늬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 설인아는 "주연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강하늬라는 캐릭터가 더 욕심이 나더라. 주연 자리보다도 강하늬에 욕심이 났다. 캔디를 꼭 해보고 싶더라.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저희 엄마가 '들장미 소녀 캔디'의 완전한 팬이시고 여전히 DVD를 보신다. 옛날에 나온 만화를 저도 봤는데 봐도 봐도 재밌더라. 사실 흔하다고 하면 흔한 캐릭터가 캔디인데 한 번쯤은 그런 캐릭터를 꼭 겪어보고 싶었다. 캔디였지만, 하늬는 단순해서 그런 것도 끌렸다. 배운 점이 참 많다. 충분히 나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과 성격이 도움이 됐던 것도 있었다. 너무 착해서 사실 공감이 되지 않는 대사들도 많았지만, 그때 힘들어 하고 있으면 선배님들이 '대사를 네가 스스로 해석해서 공감을 이끄는 것이 너의 일'이라고 하시면서 조언해주셨다. 대학 강의 듣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조언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았다"고 말했다.
스토리 상 아쉽다는 댓글도 있었고 설인아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댓글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배움이 됐다. 설인아는 "'하늬가 저 상황에선 이래야 하는데'라거나 '짜증내는 거 같지 않다'는 댓글들도 봤다. 그런 부분에서는 댓글을 보고 연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댓글도 다 공부가 되더라. 이번에 너무 배우려는 욕심이 많다 보니 악플도 제 눈에는 안 보였고, 오히려 악플도 조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진짜 재밌게 작업했다. 제 욕심에는 만족했다"며 "제 연기에는 100점 중 85점을 주고 싶다. 사실 제가 제 연기를 평가할 수 없지만, 얼마나 소화했나를 생각했을 때에는 85% 정도다. 만족했던 장면도 있고, 아쉬웠던 장면도 있다"고 밝혔다.
주변의 반응도 확실히 바뀌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핫했던 그가, 이제는 '어머님'들 사이에서도 핫한 배우로 떠오른 것. 설인아는 "'정글의 법칙'이나 '런닝맨'에 나왔을 때는 어린 친구들이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이러면서 알아봐줬는데 이제는 어머님들이 하늬라고 해주신다. 다행히 계란 맞는 일보다는 '파이팅!'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해주셨다. 촬영 중에도 알아봐주시고 '파이팅!'하고 가셨다.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 어머님들과 마주쳤는데, 제가 대형마트를 한 번 갔다가 인기를 실감했다. '일일드라마가 이런 힘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며 "알아봐주시는 것 자체에서도 연기에 대한 재미를 더 느꼈다. 게다가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두 번 목소리 톤을 바꿨다.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톤을 다르게 했는데 그걸 알아봐주신 댓글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고 소름이 끼쳤다. 제일 좋았던 댓글은 '저도 눈물이 나네요'였다. 모든 게 다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내일도 맑음'은 지난 1일 121부작을 마무리했다. 설인아, 하승리, 진주형, 이창욱 등 신예 배우들부터 윤복인, 심혜진, 남능미, 지수원 등 중견 배우들까지 함께하며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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