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긴요, 웃으면서 축하 받고 싶습니다."
올 시즌 홈 마지막 경기를 앞둔 박동혁 아산 감독이 허허 웃어보였다.
4일, 아산과 안양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2(2부 리그) 35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 축구장 주변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킥오프 두 시간여 전부터 삼삼오오 팬들이 모여들었다. 경기 뒤 우승 세리머니가 준비돼 있었기 때문. 아산은 리그 종료 두 경기를 앞두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날 경기 뒤 아산에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묘하게도 어두웠다. 환호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날선 구호가 울려 퍼졌다. 최근 아산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아산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1983년 창단된 경찰체육단은 국방부에서 경찰청에 지원하는 의무경찰(의경) 병력의 일부다. 정부는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20% 비율로 의경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폐지 절차 중 아산을 포함한 체육단 폐지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산은 당장 의경을 뽑지 않을 경우 선수 수급이 중단된다. 기존 선수들이 제대하면 2019년에는 이명주 주세종 등 단 14명의 선수만 남는다. K리그 가입조건(20명 이상의 선수로 팀 구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 즉, K리그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이사회를 열고 선수 모집 중단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의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산은 이와 관련해 최근 연맹에 공문을 보내 "경찰청이 선수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연맹이 결정하는 방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존폐 위기 속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앞둔 박 감독.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울지 않겠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오늘은 우승 트로피를 받는 날이다. 많은 팬 앞에서 큰 박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싶다. 선수들, 코칭스태프가 잘한 내용만 얘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아산은 마지막까지 투지를 선보였다. 후반 30분 상대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연달아 두 골을 꽂아 넣으며 2대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종료 후 우승 세리머니에 나선 박 감독과 선수단.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눈물 흘리지 않았다. 약속대로 환한 웃음을 선보였다. 이명주 주세종 안현범 등 주축 선수들은 한 입 모아 "우승이 정말 기쁘다. 목표를 이뤄 즐겁다"며 웃어보였다. 박 감독 역시 "웃으며 축하 받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존폐 위기에 놓인 아산. 하지만 홈 피날레에서 만큼은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아산 선수단과 팬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아산의 미소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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