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킬러' 안국현 8단이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내며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랐다. 입단 후 세계대회 첫 결승 진출이기도 하다.
6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 3번기 2국에서 안국현 8단은 중국의 탕웨이싱 9단에게 285수 끝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 승리에 이어 2-0으로 준결승 3번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준결승에서 첫 판을 이긴 뒤 내리 두 판을 져 아픔을 안겨준 탕웨이싱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기뻤다.
2년 연속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라 '삼성화재배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얻은 안국현 8단은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배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군 입대를 앞두고 세계대회 첫 우승의 희망을 품게 됐다.
좀처럼 보기 힘든, 믿기 힘든 승리였다.
안국현 8단은 초반 실착으로 탕웨이싱에게 실리를 내주며 중반까지 속절없이 끌려갔다. 인공지능 돌바람은 한때 탕웨이싱의 승리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예측했다.
'결국 3국까지 가는구나'라는 찜찜한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순간, 우상변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드라마가 잉태되기 시작했다.
안 8단이 절묘한 수읽기로 우상변과 우하변의 백 대마를 동시에 곤경에 빠지게 했고, 당황한 탕웨이싱이 우하변을 살리자 우상변에서 대마의 사활이 걸린 패를 만드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이후 피 말리는 패싸움이 되풀이됐다. 이미 주어진 시간을 소비한 안 8단은 60초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탕웨이싱은 조금씩 흔들렸고 '어, 어…'하는 사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체 사활 팻감을 쓰면서 탕웨이싱의 대마는 몸집이 불어났고, 그 사이 안국현 8단이 조금씩 중앙에 벽을 쌓아 집을 키워간 것이다.
패싸움은 백이 이겼지만 운동장만큼 커져버린 흑의 중앙 대가(大家)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285수만에 탕웨이싱은 두 손을 들었다.
한편 건너편 조에서는 셰얼하오 9단이 커제 9단에게 294수 만에 백 한집 반승을 거두며 1-1로 균형을 맞췄다. 안국현의 결승 파트너는 7일 열리는 마지막 3국에서 결정된다.
안국현 8단은 "너무 이기고 싶었는데 승리해 기쁘다. 어제 바둑은 흡족했지만 오늘은 실수를 많이 해 좋은 바둑은 아니었다"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둔 것도 나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 상대로 커제 9단이 올라 왔으면 좋겠다. 결승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아직 생각하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멋진 바둑으로 세계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안국현 8단은 이번 대회에서 본선 32강전부터 중국 기사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중국 킬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안국현 8단은 중국 기사에게 올해만 8승 1패를 기록 중이다.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며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진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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