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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 압도적 1위팀 두산, 왜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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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두산 베어스가 유리하다고 했다. 압도적인 우승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두산은 왜 우승의 문턱에서 넘어졌나.

정규시즌에서 두산은 가장 완벽한 팀이었다. 144경기 93승51패. 리그에서 유일하게 90승과 승률 6할을 넘는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의 질주는 누구도 넘보지 못했다. 10승부터 90승까지 단 한번도 선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두산의 통합 우승을 점쳐졌다. 올 시즌 두산이 보여준 행보는 2016년과 견줄만 했다. 당시 두산은 완벽한 투타 조화를 앞세워 정규 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와 맞붙어 4전 4승을 기록했었다.

올해 승수를 쌓는 속도를 보면 2016년보다 오히려 여유로웠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SK 와이번스를 상대한 두산은 2승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2016년 상대했던 NC는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두산이 기선 제압에서 압도를 했다면, 이번에는 SK와의 분위기 싸움에서 졌다.

▶우려했던 불펜 문제가 터졌다

두산이 몇년 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바로 불펜이다. 야수와 선발진은 크게 걱정이 없었던 반면, 그나마 불펜은 기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는 시즌초 곽 빈-박치국-함덕주 체제에서 후반기 김강률-김승회 등 베테랑들의 활약으로 버텼던 두산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함덕주 말고는 믿을만 한 투수가 없었다. 선발들은 제 역할을 다 했어도, 마무리 함덕주까지 이어지는 중간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박치국도 다소 기복이 있고, 김승회나 이현승은 냉정히 말해 안정감이 떨어졌다.

여기에 '조커' 장원준 카드도 실패로 돌아갔다. 1,3차전에 중간 계투로 나온 장원준은 2경기 모두 아웃카운트를 1개도 못잡고 물러났다. 함덕주의 공이 아무리 좋아도, 혼자서 모든 경기의 뒷문을 책임질 수는 없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진 4경기 중 3경기에서 경기 후반에 실점이 나왔던 기록이 허약했던 불펜을 증명한다.

▶최대 변수, 김재환-김강률 부상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두산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요소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필승조 김강률이 다치고, 시리즈 도중 김재환이 부상을 당했다.

김강률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등판 도중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서 조기 귀국했다. 내년 시즌 초반도 장담할 수 없는 큰 부상이라 팀 동료 모두가 낙담했다. 더군다나 김강률은 후반기에 페이스가 가장 좋은 투수였다. 정규 시즌 막바지에 구위가 워낙 좋아 한국시리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두산 불펜의 부진은 김강률의 부재도 영향이 크다.

여기에 4번타자 김재환까지 쓰러졌다. 김재환은 시리즈 도중 생각지도 못하게 다쳤다. 3차전을 앞두고 스윙을 하다가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고, 외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결국 김재환은 선수단과 동행은 했지만 이후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홈런왕' 4번타자의 부재는 두산 타선에 치명적이었다.

▶분위기 싸움 완전히 밀린 1차전 패배

돌이켜보면 1차전이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확률적으로는 두산이 훨씬 유리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SK는 한국시리즈 1차전 이틀 전까지 넥센 히어로즈와 피 터지는 플레이오프 5차전 승부를 펼쳤다. 특히 5차전은 연장 10회까지 가는 초접전이었다. 선발 김광현에 불펜 메릴 켈리까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하고, 종이 한장 차이로 넥센을 꺾었다. SK는 결국 3선발인 박종훈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두산은 시즌이 끝나고 한달 가량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1차전 선발로 출격했다. 피로가 누적된데다 3선발이 출전한 SK와 푹 쉬고 '에이스'를 앞세운 두산. 하지만 결과는 3대7 두산의 충격패였다. 두산 타자들의 감이 생각보다 살아나지 않고, 7회 불펜 구원이 실패하면서 완패했다.

1차전 패배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를 놓치면서 선수들이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SK는 오히려 기가 살아났다. SK 김성현은 "아무래도 두산 선수들은 꼭 우승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클거고, 저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결국 두산은 멘털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