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마침내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되찾았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13회초에 터진 한동민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5대4로 이겼다. 이로써 SK는 시리즈 전적 4승2패를 기록하며 2007, 2008 그리고 2010년에 이어 8년 만에 통산 네 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이뤘다.
힘겨운 여정이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SK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정규리그 4위 넥센 히어로즈와 예상 밖의 대접전을 펼쳤다. 초반 2연승을 거뒀으나 3, 4차전을 내주며 결국 최종 5차전까지 치러야 했다. 5차전 역시 연장 10회까지 가서야 승부가 난 근래 보기 드문 치열한 명승부였다. 하지만 이 힘든 접전이 오히려 선수들의 투지와 전력을 더욱 옹골차게 다듬을 수 있는 호재가 됐다.
들특히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SK와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미국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트레이 힐만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올려놓는 지도력을 과시했다. 부임 첫 해에는 정규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을 짧게 보낸 힐만 감독은 올해 특유의 세밀한 선수 관리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앞세워 '정규리그 2위-한국시리즈 우승'의 업적을 남겼다. 비록 2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힐만 감독은 SK를 리그 최정상 팀으로 만들었다.
당초 SK는 힐만 감독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했지만, 힐만 감독은 병환 중인 노모와 가족의 곁에 있고 싶다며 이를 고사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 어느 것보다 값진 '작별 선물'을 받게 됐다. 힐만 감독은 이날 우승 직후 그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팬들과 자신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힐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팀을 우승으로 이끈 소감은
▶의심의 여지없이 포스트시즌에서 굉장한 경기들을 했다. 영어권에서는 'perseverance(인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가 그런 시기를 보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마다 잘 인내하고 극복해줬다. 그 덕분에 팬들에게 야구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분이다. 이 기분을 오래 느끼고 간직하고 싶다.
-6차전을 돌아본다면
▶김광현은 원래 7차전에 선발로 낼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김광현을 어떤 상황에 내야 할 지 고민이 됐다. 오늘 경기에서 선수들은 모두 훌륭했다. 선발 켈리도 5회까지 잘 던졌고, 6회 실점이 아쉬웠지만 잘 던졌다. 투수들이 볼넷이나 사구로 주자를 내보낼 때 상황을 잘 살폈어야 했는데, 오늘 두산에 비해 우리가 그런 면에 대처를 잘 못했다.
그래도 투수 코치를 비롯한 모든 코치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준비된 불펜 투수들을 잘 투입했다. 윤희상도 한 타자를 잘 막아줬다. 시즌 내내 나와 많은 소통을 하면서 자료를 분석하고, 대처 매뉴얼을 만든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한동민의 결승 홈런도 대단했지만, 최 정의 9회 동점 홈런도 정말 잊을 수 없는 홈런이다.
13이닝이라니. 정말 긴 이닝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긴 경기였고, 그로 인해 양팀 선수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코치, 선수들에게 모두 커다란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특히 김 감독에게 감사하다. 시즌 내내 좋은 관계를 만들었고, 웃으면서 잘 대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SK에서의 지난 2년을 돌아본다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고 환상적인 2년이었다. 내가 받아야 할 것 이상으로 하나님이 큰 축복을 주셨다. 팬과 선수, 선수의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 특별했다. 특히 SK 식구들과 보낸 시간들은 순위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특별했다. 특히나 내 옆에서 통역을 맡아 준 김 민 매니저에게도 고맙다. 이 사람 덕분에 내가 잘 지낼 수 있었다. 취재진 여러분들도 모두 고맙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 있나
▶당연히 그렇다. 감독으로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팬이나 프런트 또는 구단주 등 여러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모든 경험들이 행복했다. 지난 2년간 선수들에게 도전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