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머니게임이 시작된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5일 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구단들이 몸값 제한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상황에서 맞는 첫 FA 시장이다.
오는 17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FA 자격선수를 공시하면, 2일 이내에 해당 선수들은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20일 KBO가 FA 승인 선수를 공시하면 10개 구단이 FA와 접촉해 계약을 할 수 있다.
이번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는 양의지 장원준(이상 두산 베어스), 최 정 이재원(이상 SK 와이번스), 박용택(LG 트윈스), 박경수(KT 위즈), 김민성(넥센 히어로즈), 송광민(한화 이글스) 등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포수 양의지다. 현역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팀의 주축 역할을 해 왔다. 올 시즌 타율 3할5푼8리(2위), 23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성적도 좋았다. 35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1리(118타수 359안타), 59홈런, 210타점을 마크했다. 타격뿐만 아니라 투수 리드, 도루저지 능력 또한 뛰어나다. 도루 저지율 3할7푼8리로 올해 10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 가장 좋았다.
포수가 약한 팀이라면 데려가고 싶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카드다. 포수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좋은 포수가 좋은 팀을 만드는 중심이 된다.
FA 양의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10개 구단 단장(일부 구단은 고위 프런트)들에게 물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이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구단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KT 이숭용 단장은 "양의지는 리그 최고의 포수로서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라면서도 "기존 포수 자원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처럼 장성우와 이해창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외부 FA 영입없이 육성에 치중하는 넥센 히어로즈도 양의지에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올 시즌 포수 때문에 힘들었던 롯데 자이언츠도 양의지 영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젊은 내부 자원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지난 겨울 강민호을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 유강남이 있는 LG 트윈스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민식이 주전 포수인 KIA 타이거즈 또한 육성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는 FA가 되는 주전포수 이재원과의 계약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팀도 있다. 최근 박정규 신임 사장이 취임한 한화는 현장 스태프와 구단 프런트가 마무리 캠프에서 만나 앞으로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입장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답변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NC 다이노스는 "전력 보강을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로 확정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는 양의지와의 협상 의지를 밝혔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양의지와 협상을 할 것이고, 잔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몇년간 트렌드를 보면 대어급 선수일수록 늦게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시장 상황을 보고 몸값이 책정된다. FA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원칙이 확실하게 작용한다. 선수를 원하는 팀이 많을수록 몸값이 오르고, 원하는 팀이 없으면 떨어진다.
역대 FA 포수 최고액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의 80억원(4년)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