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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BGM·상황실·존대無"…'골목식당' 백종원, 15분 롱테이크에 쏟아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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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손님 많아지면 사람 두고 할라 그랬냐? 카운터에 앉아가지고 왔다갔다 돈 계산 할라 그랬지?"

'골목식당' BGM도, 상황실 교차편집도, 존대말도 없었다. 백종원의 오롯한 진심이 안방극장을 답답함과 눈물로 물들였다.

21일 SBS '백종원의골목식당'에서는 백종원이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홍탁집 아들에게 진심어린 분노를 토해내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날 백종원은 홍탁집을 찾아 아들이자 사장이 지난 1주일간 닭볶음탕을 연습하라는 지시에 따랐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홍탁집 아들은 여전히 입으로만 '예예'할 뿐 기본이 되어있지 않았다. 세제와 설거지감이 있는 싱크대에서 닭을 씻었고, 내장도 손질하지 않았다. 양념장 재료가 어디 있는지 백종원보다도 몰랐고, 움직임부터 굼뜨고 어설펐다. 처음엔 어머니와 농담섞인 짜증을 주고받던 백종원의 얼굴은 완전히 굳었다.

참고 참던 백종원은 이윽고 "어설프다. 일주일 해봐도 아는걸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했다. 안한 거다. 벼락치기로 안된다. 제작진은 속여도 난 못속인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지?"라며 뜨거운 분노를 토해냈다. 어느새 백종원의 말끝은 예의상 붙여주던 '요'가 '여'로, 급기야는 '냐'로 바뀌었고, 존대마저 사라졌다. "하지 말어 이렇게 할 거 같으면! 세상을 우습게 아네, 이 사람이, 내가 진짜 카메라 없었으면" 등의 멘트가 이어지는 중간중간은 묵음처리됐다.

백종원의 말에는 사업가가 아닌 본인 말마따나 '음식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홍탁집 아들에 대한 울화통이 담겨있었다. 백종원은 "이게 말이나 되는줄 알아?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줄 알아? 당신 생각에 다 속아넘어갈 거 같지? 속아줘서 될일이 아냐, 이 사람아. 잠깐 넘어가면 뭐할거야. 다 알게 될텐데.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몰라서 그런거야. 방송 나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가질 텐데, 어머니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라고"라며 한올한올 시청자들의 심경과 꼭 같은 진심을 쏟아냈다.

급기야 백종원은 "이렇게 어설프겐 못한다. 좋게 못 끝낸다"며 '골목식당' 하차를 권하는가 하면 "방송이지만 나한텐 진심이야. 어머니 때문에 하려고 한건데 어머니한테도 도움안돼. 가게 잘되도 어머니만 뼈빠져. 이런 썩어빠진 생각으로 안하느니만 못해"라며 "손님 많아지면 사람 두고 할라 그랬냐? 카운터에 앉아가지고 왔다갔다 돈 계산 할라 그랬지? 안돼. 불가능해. 그렇게 하려면 하지 말어"라며 홍탁집 아들의 생각까지 집어냈다.

예능이지만 다큐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살려낸 연출이 돋보였다. 홍탁집 아들을 향해 백종원이 어머니의 설움까지 대변한 속내를 쏟아낼 동안, 상황실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김성주와 조보아의 반응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른바 '조사미(조보아+우사미)'로 불리는 조보아의 눈빛보다 백종원의 실망감 가득한 표정이 더욱 보는 이를 아프게 했다. 멘트 앞뒤로 조금씩 흐르던 BGM도 이날의 절정을 이룬 약 10분간은 침묵을 지켰다.

백종원이 나간 뒤 홍탁집 아들은 자신을 위로하려는 어머니 앞에서 "안해안해"라며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뛰쳐나갔다. 고개를 숙인채 차마 백종원을 바라보지 못하던 어머니는 아들이 버리고 나간 앞치마를 주워 정리하고, 직접 새 닭을 사온 뒤 아들을 다독여 다시 부엌에 들였다.

들지못하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도 이어졌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도 백종원은 "모르면 모른다고 해, 뭔가 깨달아야 할 거 아냐!"라며 홍탁집 아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 "(다시)돌아갈까봐 그래. 안 바뀐대"라며 그간의 골목식당 솔루션 원상복구 논란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포방터시장 홍탁집 아들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