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사직구장.
이날 열린 양상문 감독의 제18대 롯데 감독 취임식에서 한 중년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고 최동원 전 감독의 어머니인 김정자씨. 김 씨는 손수 준비한 꽃다발을 양 감독에게 전달하면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양 감독도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뒤 미소를 띄면서 김 씨의 손을 맞잡았다.
고 최 전 감독은 양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였다. 양 감독이 경남고 에이스였던 시절, 고 최 전 감독은 부산고를 넘어 부산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프로 입문 후에도 부산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각별한 정을 나눴다. 지난 2011년 고 최 전 감독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 빈소를 지키며 하염없이 눈물을 뿌렸다. 양 감독은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 제정을 주도하면서 선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들과의 남다른 인연을 기억하는 어머니 김씨에게 부산 야구를 대표하는 롯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 감독과의 만남은 각별한 의미를 가질 만했다. 양 감독에게는 지난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맡게 된 사령탑의 무게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한 달 간의 마무리캠프를 마친 롯데, 선수단을 이끌고 굵은 땀을 흘렸던 양 감독은 새 시즌 목표를 분명히 했다. "말보다는 보여주는게 낫겠다"며 준비해 온 영상을 선수단 앞에서 틀었다. 눈덮인 산에서 어미곰이 지켜보는 가운데 낭떠러지를 수 차례 미끄러지길 반복하다 기어이 올라오는 아기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양 감독은 "나는 저 영상의 어미곰처럼 여러분들을 지켜볼 것"이라며 "아기곰처럼 시련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르는 27명과 내년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지금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철저히 노력하고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누구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며 "팀이 나아가는 길에 어긋나는 선수는 같은 길을 갈 수 없다"고 일갈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