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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 부회장은 후배들을 위한 용퇴라고 밝혔으나 '안용찬 라인'으로 불리는 고위 임원들까지 함께 퇴진하면서 처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의 갈등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초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안 부회장의 갈등설이 업계에 무성했기 때문. 그 당시 애경그룹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으나 이 소문이 사실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은 오래전에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끝난 상태이며, 안 부회장의 부인이자 채 총괄부회장의 여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은 경영권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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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의 외동딸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부회장(60)은 채형석 총괄부회장(59)과 양대축을 이루며 애경그룹을 이끌어왔다.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한 뒤 애경화학 총무이사, 애경유화 상무·전무를 거친 안 부회장은 1995년 7월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06년 12월에는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에 취임해 주력사인 애경산업 뿐만 아니라 제주항공까지 맡아 경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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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연 안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그 이유와 배경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더욱이 안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2021년 3월 28일까지)의 대표이사(등기임원)로 재선임되기까지 했다. 공동 대표이사(총괄 CEO)에 재선임 된지 불과 8개월여만에, 임기를 무려 2년 넘게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사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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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찬 라인'으로 통하는 고위 임원까지 동반 퇴진
이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콜센터 운영과 관련한) 갈등설은 소설"이라며 "(고위 임원 퇴진도) 60세 이상의 나이 많은 임원들이 정년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김모 전무와 박모 상무는 50대 초중반의 나이로 정년퇴임과는 거리가 멀다. 김모 전무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전문가로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등기임원이라 임기가 있는(안 부회장과 동일한 2021년 3월28일까지) 박 상무는 안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채 총괄부회장과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 경영을 놓고 갈등을 빚은 뒤, 그룹 경영권을 틀어지고 있는 채 총괄부회장이 안 부회장을 떠나도록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내에 안용찬 부회장이 지분 없는 사위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게다가 애경그룹은 이미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정점으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돼 (안 부회장의)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보유지분이 미미한 안 부회장은 오너십을 가진 채 총괄부회장과 갈등이 생길 경우 결국 제주항공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
장 회장의 장남인 채 총괄부회장은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분만을 놓고 볼 때 사실상 그룹의 총수다. 이밖에 장 회장의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9.34%, 장 회장의 3남인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8.30%, 장 회장이 7.43%, 안 부회장의 부인인 채은정 부사장이 3.85%의 AK홀딩스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지분 56.94%를 보유하는 등 애경그룹의 최정점에 있다. 안 부회장-채 부사장 부부가 애경그룹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 정서상 보유 지분이 없어 오너십을 갖지 못한 사위가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안용찬 부회장도 같은 처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안 부회장의 퇴임을 놓고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비록 환갑에 퇴임하겠다고 본인이 수차례 밝혔다고는 하지만 공동 대표이사에 재선임 된지 8개월 만에 사퇴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애당초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지 않았으면 뒷말도 없고 깔끔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도 "본인이 희망했다고는 하나 임기를 2년이나 넘게 남겨놓고 퇴임한 것은 이례적이며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안용찬 부회장을 재선임한 주주들에게 무책임한 행동"라면서도 "그러나 안 부회장의 측근 임원들까지 동반 퇴진한 것으로 볼 때 뭔가 막후에서 사건이 있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위 임원들 퇴임과 관련해 애경그룹은 "몇몇 임원들은 본인의 뜻대로 그만 둔 것"이라며 "안 부회장 퇴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