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우승에 꼭 도움이 되고 싶어요."
모처럼 만에 대형 포인트가드가 탄생할 기운이다. 웬만해서는 선수 칭찬을 하지 않는, 특히 신인급 선수들에게는 매우 인색한 '만수' 유재학 감독도 자질을 인정할 정도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지난해 11월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부산중앙고 출신 가드 서명진을 지명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도전한 선수로, 워낙 가진 능력이 좋아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전체 3순위로 지명받을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것도 최강팀 현대모비스의 부름을 받아 놀라움을 안겨줬다.
고교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고 해도,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는 하늘과 땅 차이. 하지만 서명진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담대한 플레이로 유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다.
서명진은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전에서 프로 데뷔 후 3번째 경기를 치렀다. 지난 3일 원주 DB 프로미와의 경기에서 첫 득점(2득점)에 성공하는 감격을 누렸는데, SK전에서는 가장 긴 18분7초를 뛰며 4득점 1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3점슛 1개가 있었다. 프로에 와 첫 3점슛과 자유투를 성공시켰고, 어시스트도 처음으로 기록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2쿼터와 3쿼터 종료 시점. 유 감독은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들의 마지막 공격을 지시했는데, 2번 모두 서명진을 이용한 패턴을 사용했다. 2쿼터에는 라건아와의 2대2 플레이가 나왔고, 3쿼터에는 수비수를 제치는 백도어 플레이에 이은 레이업 시도로 자유투를 얻어냈다. 유 감독이 큰 점수차,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실전 테스트를 해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유 감독은 "2군에서 연습을 하다 올라왔으니 잘 몰랐다. 2군 박구영 코치가 무조건 올려도 된다고 보고해 올려봤는데, 연습 때 보니 슛이 굉장히 좋고 패스를 주는 능력은 타고났다. 가드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험을 해봤다"고 밝혔다. 유 감독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관계자들도 공을 받은 뒤 시간을 끌지 않고 필요한 곳에 공을 척척 뿌리는 서명진의 패스 센스에 감탄하고 있다. 보통 신인급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얼어 시야가 좁아지고, 빠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유 감독은 이어 "가진 자질을 떠나 자기도 모르게 고교 시절 했던 자기만의 농구를 할 수도 있는데, 얘기를 해주면 바로 수정이 되는 스타일이다.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빠르다. 발전 가능성이 매우 많다. 완벽하지 않아도, 뭘 해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고 평가했다.
긴 시간 호흡을 맞춘 건 아니지만, 함께 코트를 누빈 라건아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라건아는 "현대모비스의 미래인 것 같다. 양동근, 이대성을 이을 차세대 가드다. 몇년 안에 팀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제 프로에 적응을 시작한 선수 본인의 느낌은 어떨까. 서명진은 "할 때마다 자신있게 하려 한다. 나는 잃을 게 없는 나이와 위치다. 형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로서 첫 기록들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프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첫 기록 그런 건 신경 안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서명진은 고교 무대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로 선수들의 웨이트, 힘 차이를 꼽았다. 그리고 선수들의 키가 전반적으로 크다 보니 패스를 내줄 때 자칫하면 차단이 되는 부분이 힘들다고 했다. 서명진은 "높이와 스피드, 조직적인 수비가 가장 큰 차이다. 대신 라건아 형이라는 좋은 센터와 뛰니 어떻게 줘도 다 메이드를 시켜줘 내 플레이가 쉬워지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명진은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건, 자신감을 심어주시려 하신 말씀인 것 같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현대모비스의 우승에 꼭 공헌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