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FA선언 선수 중 4명만 계약한 상태다. 11명은 여전히 원소속 구단과 씨름중이다. 한화 이글스의 내부FA 3인, 이용규(34) 최진행(34) 송광민(36) 역시 미계약 상태다. 한화 구단은 강경하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일찌감치 안을 제시했고,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줄다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원칙론을 강조한다. 온정주의를 벗어나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의 몸값을 측정했다고 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몇년 새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박 단장은 "이제 FA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지금까지 열심히 만나고 의견 차이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은 에이전트에게 협상을 일임한 채 개인훈련을 간 상태다. 협의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한화가 FA협상 이슈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다. 상당히 감사할 일이다. 프로 스포츠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구단이나 선수들도 더 성숙하고 인지도 높은 협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용규와 송광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영상이 편집돼 인터뷰 내용이 수정되거나 사라졌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큰 반향이 있었다. 박 단장은 "선수들이 다소 흥분한 것도 이해가 된다. 중요한 시기지 않느냐. 자신들이 많은 것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한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의견을 절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진행의 경우 FA계약이지만 오히려 연봉(2018년 1억9000만원)이 깎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박 단장은 "최진행 역시 어떤 생각으로 FA를 선언했는 지에 대해선 정확한 본인의 마음은 알수 없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으니 FA선언을 하지 않았겠나. FA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FA에 대한 로망만 있었다. FA선언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모습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 이적할 마음이 아예 없지만 원소속구단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FA를 선언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한화의 이 같은 운영방침은 박종훈 단장 개인 의견이 아니다. 팀전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한화는 3년전 내부육성과 리빌딩, 장기비전을 골자로하는 대대적인 팀 개조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리빌딩 첫해를 맞아 11년만에 가을야구를 품에 안았다. 분명한 성과를 바탕으로 리빌딩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하고 있다. FA선수들로선 그리 달갑지 않은 흐름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