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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한 팬이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팬을 기만하는 구단'이라며 올린 글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러다 어게인 2018년일거다"라는 등 비판 의견이 새해 들어 줄을 잇는가 하면 '엄태진 아웃'이란 태그까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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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수뇌부가 명가재건을 위한 실천을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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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사장이 부임한 이후 FC서울은 '2018년 참상'을 겪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새해를 맞았지만 경쟁팀이 선수 구성을 완성하는 요즘에도 보강 선수는 없고 나간 선수만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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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용을 아껴야 한다면서 적잖은 연봉을 받는 임원을 모기업에서 데려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엄 사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은 특정 고교 선-후배다. 고교 선-후배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란 지적 역시 무리는 아니다.
전북, 울산, 포항 등 라이벌들이 선수 보강 뉴스를 연일 쏟아내는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FC서울은 이들 구단과 함께 K리그 흥행을 선도할 리딩구단이다. 특히 가장 좋은 여건인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명문 구단이다.
프로 스포츠는 정유회사 재무 관리처럼 당장 투자한 만큼 상품 판매 수입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 팀 위상에 맞는 스타급 선수, 선수 육성에 따른 이적료 창출, 기업 이미지 제고, 리그 흥행에 따른 팬 서비스 등 무형의 가치가 유형의 가치를 뛰어넘기도 한다.
사실 2018년의 '참상'을 생각하면 나가는(OUT) 선수로 절감된 비용에 비례해 영입(IN)을 해도 팬들이 만족하지 못할 상황이다. FC서울은 지난해 구단 사상 처음으로 승격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해 힘겹게 살아남는 수모를 겪었다. 그래서 올해 팬들이 바라는 지상과제는 명가재건, 명예회복이다.
FC서울이 지난해 많은 고통을 겪었기에 더욱 그렇다. 시즌 동안 감독이 두 번 교체됐고, 단장마저 퇴진했다. 팬들의 비판도 극에 달했다. 당시 리딩구단의 명성에 걸맞은 투자가 몇 년간 감소하더니 이런 '사달'이 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FC서울의 내부 구조를 볼 때 감독-단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인지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FC서울은 최고책임자 사장이 있고, 단장과 같은 급 지휘 라인으로 경영지원부문장(상무)이 있다. 선수단 투자 예산 집행 등 구단 살림살이에 대한 결정은 사장을 거쳐 경영지원부문장이 실행하는 구조다. 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조직도를 보더라도 단장은 축구운영팀, 육성팀, 전력강화실을 컨트롤 할 수 있다.
성적에 대한 '책임 논란'이 여전히 잔존하는 가운데 투자에 인색한 최근의 행태를 보면 팬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는 것이다.
최용수 감독이 작년 연말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새시즌 선수 구성 단계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음 시즌 목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획득을 잡았는데,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나 싶기도 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구단 게시판에 최 감독을 동정하는 팬들의 의견도 다수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단 구성은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겨우내 주어진 시간을 절대 허투루 쓰지 않고, FC서울의 명예회복과 팬 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서울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엄 사장이 2018년 시즌 직후 공개 인사말을 통해 팬들에게 한 다짐이다. 팬들은 "이런 다짐을 벌써 잊었느냐"고 성토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FC서울과 가장 친숙한 라이벌 수원 삼성의 전철을 보면 된다. 수원이 그동안 긴축재정에 급급하다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왔는지…. 공교롭게도 수원도 재무전문가(CFO)가 최고 사령관이다.
재무관리, 잘 쓸 줄도 알아야 하는데 덜 쓰는데 급급하다간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명예회복이 필요한 FC서울에게 재무관리는 무엇인지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 "팬질(팬 활동) 그만두겠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구단 스스로 쌓아왔고 자랑스럽게 여겨 온 '리딩구단'이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