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벤치에 앉고 싶은 선수는 없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물병을 차는 치기 어린 행동을 했어도, 선수들이 이승우를 감싼 이유는 누구보다 뛰고 싶은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라운드를 꿈꾼다.
정승현(가시마)도 그렇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벤치 멤버다. 벤투호의 중앙 수비진은 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의 몫이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베스트11을 바꾸지 않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연쇄 부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승현이 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승현은 항상 웃는다. 훈련 시간 그의 주변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밝은 분위기 속 훈련을 주도한다. 휴식 시간에도 항상 선수들과 어울리며 분위기를 만든다. 막 나서지는 않아 눈에 띄지는 않지만, 팀 분위기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다른 선수들도 잘 챙긴다. 이번 대회에는 소집되지 않았지만 박지수(경남)가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때 살갑게 챙겨줬다. 물병을 찬 이승우를 가장 먼저 도닥여 준 것도 정승현이었다.
사실 정승현은 어느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다. 2017년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18년 1월 터키전지훈련, 2018년 러시아월드컵 등 숨막히는 대표팀 일정을 보냈다. 소속팀 일정은 더욱 빡빡했다. J리그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했다. 아시아챔피언에 오르며 클럽월드컵까지 치렀다. 웬만한 유럽 빅클럽 이상 가는 일정이었다. 누구보다 힘든 시즌을 마친 정승현은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아랍에미리트에 왔다. 결국 탈도 났다. 정승현은 대회 초반 허벅지 통증으로 고생했다.
휴식도 없이 이어진 강행군, 하지만 이를 알아주는 이는 거의 없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정승현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나 있다. 그 역시 때로는 답답한 마음을 지인에게 토로할때도 있다. 차라리 대표팀을 떠나 쉬는게 낫다고 생각할때도 있다. 하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럴수록 훈련장에서 더욱 열심히 뛴다. 그게 팀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11명의 선수들이지만, 승리를 만드는 것은 23명 전체의 몫이다. 정승현이 있기에 벤투호는 더 강해질 수 있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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