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배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점유율을 높여,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첫번째 목표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무려 82%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키르기스스탄전 71%, 중국전 61%의 점유율을 보였다.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도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점유율이 기회 창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6골에 그치고 있다. 내용을 보면 더 아쉽다. 매 경기 15개 이상의 슈팅수를 기록한 것에 비해 유효슈팅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바레인전에서는 아예 슈팅수 16대17, 유효슈팅수 2대4로 밀렸다.
벤투호는 지난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 4경기 중 가장 많은 8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결정력만 좋았다면 대량득점도 가능한 경기였다. 하지만 6일의 휴식을 취하고 만난 바레인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볼을 점유하는 것은 같았지만, 정작 마무리까지는 차이가 컸다.
원인은 템포와 측면이었다. 벤투 감독은 공격시 좌우 윙백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린다. 중앙에서 빠르게 볼을 전개시켜, 측면부터 공격을 풀어나가게 한다. 바레인전에서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던 가장 큰 원인은 측면까지 볼이 전달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한국은 이날 황인범(대전)과 정우영(알사드) 콤비를 3선에 포진시켰다. 황인범은 부상으로 낙마한 기성용(뉴캐슬)과 달리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한번에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한번 거치고 넘어가다보니, 템포가 죽어버렸다. 정우영은 불필요한 터치가 많았던데다, 패스미스까지 남발했다.
어쩌다 템포가 유지되며 측면으로 넘어가더라도,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부정확한 크로스 때문이었다. 홍 철(수원)은 이날 최악의 플레이를 보였다. 돌파, 크로스, 수비 모두 불안했다. 이 용은 공간 확보까지는 좋았지만, 크로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크로스 중 성공한 것은 단 한차례였다. 다행히 이 한번이 김진수(전북)의 결승골로 연결됐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의조(감바오사카) 황희찬(함부르크) 등이 포함된 한국의 공격진은 이번 대회 최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득점력이 아직까지 폭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템포를 올리고, 측면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벤투 감독이 말하는 '우리만의 축구'로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다.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꼭 풀어야할 숙제다.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