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초라도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소중하다."
원주 DB의 '믿을맨'으로 거듭난 유성호가 목소리에 힘을 줬다.
다소 먼 길을 돌아왔다. 2011~201시즌 서울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유성호는 줄곧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높이(2m)와 파워는 강력했지만, 경기에서 늘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돌고 돌았다. 그는 삼성을 시작으로 안양 KGC인삼공사, 울산 현대모비스를 거쳐 지난 시즌 DB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는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DB의 중심으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커리어 하이도 가능하다. 유성호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27경기에서 평균 12분56초 동안 4.9점-2.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프로 입문 뒤 가장 많은 시간 코트를 누비고 있다. 그동안 유성호는 줄곧 평균 10분 안쪽으로 뛰었다.
이상범 DB 감독은 "선수 개인의 능력이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에서 자신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지난 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고양 오리온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알토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14분12초 동안 10점-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79대77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뒤 유성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리바운드, 수비에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유성호의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발목 통증을 참으며 뛰고 있다. 이유가 있다. 유성호는 "아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게 정말 소중한 기회다.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어디가 부러지거나 끊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 해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1초라도 뛰는 게 소중하다. 죽을 각오로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다. 유성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기회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이지만, 유성호에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 있는 간절한 시간인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1일이었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현대모비스전에서 처음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D리그에서 발목을 다쳤다. 몇 경기를 쉬었다. 그리고 12월 20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버저비터를 넣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고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