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김연아' 차준환(휘문고)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역사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딴 첫 한국 남자 선수가 됐다. 남녀를 합해도 2009년 11월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낸 뒤 무려 9년 만의 쾌거였다. 차준환은 여세를 몰아 3차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8일 '왕중왕전'격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차준환이 걷는 길이 곧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가 되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도 차준환을 주목하고 있다. ISU는 '차준환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부상 악재 속에서도 남자 싱글 15위를 차지하며 많은 잠재력을 보여줬으며, 올 시즌에는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ISU는 6일 공식 홈페이지에 개재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차준환의 성장 과정을 전했다. ISU는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다'며 '김연아로 인해 피겨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가 됐고 우수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는데, 차준환도 그 중 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준환은 김연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김연아의 전담지도자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로부터 지도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준환은 ISU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유럽을 제외하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선수들이 겨루는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는 8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개막한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최초로 이 대회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2009년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김연아가 유일하다.
캐나다에서 한창 훈련 중인 차준환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부상에서 회복해 (오랜만에) 즐겁게 훈련한 것 같다"라며 "느리지만 한 계단씩 차근차근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훈련을 하는)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는 (하뉴 유즈루·일본) 등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2018~2019시즌 프로그램 훈련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인 발레 음악 '더 프린스(The Prince)'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추천해줬고 프리스케이팅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내가 직접 고른 것"이라며 "두 가지 모두 셰린 본, 데이비드 윌슨이 안무를 맡았는데 매우 마음에 들어 즐겁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은 2년 전에 하고 싶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연기력이 향상한) 지금 하게 돼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