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 없는 타이밍,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사무총장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장윤호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KBOP 류대환 대표이사가 사무총장을 겸임하게 됐다. KBO는 "장윤호 사무총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겨 총재 보좌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정운찬 총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무국의 안정적인 운영과 대외 소통 강화를 위해 류대환 이사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류대환 이사는 1990년 KBO에 입사한 이후 운영팀, 홍보팀 등을 두루 거쳐 KBOP 대표이사까지 올라간, 내부 사정에는 누구보다 정통한 인물이다. 지난해 총재가 바뀌면서, 사무총장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운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기도 했다. 류대환 이사가 사무총장을 맡게된 것은 그리 놀랍거나 파격적인 결정은 아니다. 대외 소통 강화를 꾀하겠다는 총재의 의중에도 어느정도 일맥상통 하다.
하지만 장윤호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장윤호 총장은 정운찬 총재가 직접 택한 인물이다. KBO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이 치열하던 와중에 정 총재가 장윤호 총장을 선임했다. 다수 관계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라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총재가 유력 후보들을 밀치고 직접 신임 사무총장으로 밀어붙일만큼 두사람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운찬 총재와 장윤호 사무총장의 동행은 1년만에 막을 내렸다. 정운찬 총재가 직접 각 구단 대표이사들에게 신임 사무총장 선임 동의를 요청한 정황으로 봤을 때, 장윤호 총장을 선임한 것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전적으로 정 총재의 의중이다. 물론 그동안 여러 문제가 터졌다. KBO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두 자리를 외부 인사로 채웠으나 기대했던 혁신이나 변화는 미미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1년이 흘렀다. 외부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집안 단속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총재나 사무총장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종적으로 아시안게임 논란이 '어퍼컷'을 날렸다. 선동열 전 감독의 자진 사퇴 과정에서도 '총재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다. 특히 총재는 국정감사 증인 발언으로 인해 선동열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야구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총재와 사무총장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김경문 감독 선임 기자회견 당시 정운찬 총재와 김시진 기술위원장이 회견장에 참석했지만, 장 총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운찬 총재는 그동안 한 배를 탔던 사무총장을 밀어내면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논란의 정중앙에 서있었던 총재의 '꼬리자르기'라는 의혹은 여전히 가라안지 않고 있다. 사무총장 교체만으로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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