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M&A)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지는 첫 조단위 투자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는 41세 젊은 총수가 꿈꾸는 '뉴LG'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5세대 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연결성과 확장성 중심의 국내외 경제 생태계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그룹 주력 기업인 LG전자와 함께 5세대 통신(5G) 서비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콘텐츠 사업 등 주도적으로 이끌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업계는 벌써부터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독점 제휴로 화제몰이를 한 데 이어 CJ헬로 인수까지 성공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LG'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 회장의 승부수가 LG유플러스의 '광폭 질주'로 이어지면서 향후 업계를 요동치게 할 전망이다.
▶14일 이사회 개최 인수 공식화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사업자 1위 CJ헬로를 인수합병(M&A)한다. 14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인수를 공식화 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주사 ㈜LG에 이 같은 계획을 보고,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 정도다. CJ헬로 시가총액(약 9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으로, 2015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때 금액인 1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결정 배경에는 그룹 주력 사업군인 전자, 화학, 통신 분야와 협업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깔려 있다. 5G 시대를 앞두고 경쟁사들과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지 않고,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해야만 계열사 간 기술협력 등이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5G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양적 질적 성장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에서 협상력 우위 카드로 효과적이란 것이다. 최근 LG유플러스가 5G 전국망 조기 구축과 미디어 경쟁력 확대 등에 나서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M&A하면 국내 초대형 유로방송사업자가 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1.41%다. 13.02%의 CJ헬로의 점유율이 합쳐지면 시장점유율은 24.43로 SK브로드밴드의 13.97%를 훌쩍 뛰어 넘으며 업계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그동안 두자릿수 이상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보이며 독보적인 1위 사업자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과 격차도 한자릿수로 좁힐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가 향후 티브로드(9.7%), 딜라이브(6.4%) 중 한곳이라도 M&A를 진행한다면 1위 사업자 KT도 넘어설 수 있다.
CJ헬로 인수 이후 후속 M&A가능성은 충분하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말 간담회를 통해 "특정 업체에 제한하지 않은 채 유료방송 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의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여부다.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CJ헬로)을 인수하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간 합병을 추진했지만 공정위가 방송통신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일단 업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간 기업결합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달리 통신시장 1위 사업자가 아니라 문제가 됐던 방송통신시장의 지배력 전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제한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과거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불허는 아쉬운 사례라고 특정해 밝힌 바 있다"며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에 정부차원의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시장만 떼놓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료방송 4위 사업자 및 3위 사업자 간 결합으로 2위와 3위 사업자였던 SK텔레콤과 CJ헬로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에 대한 우려는 높지 않다. 공정위가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M&A) 불허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방송권역별 점유율'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도 기업결합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유료방송업계 지각변동 연쇄 M&A 예상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가 이뤄지면 이통사를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업계의 연쇄적인 M&A가 이어질 전망이다. 통신업계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미디어가 부상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입자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등은 유료방송업체 M&A를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료방송업계 1위 사업자인 KT계열은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가 케이블TV 인수에 성공할 경우 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 SK텔레콤도 다른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수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 등을 인수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하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작년 상반기 기준 합산 점유율 30.86%인 KT 계열이 점유율 상한에 근접하게 된다.
M&A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무선수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료방송 관련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주요 케이블TV업체 대부분이 매물로 나온 만큼 이통3사의 M&A 움직임은 활발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