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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팬서비스? 희소성?' 선수 사인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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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쓰자카 다이스케(주니치 드래곤즈)가 스프링캠프 중 팬들에게 사인을 하다 한 극성팬에게 팔이 잡혀 어깨 부상으로 이어진 이야기가 화제다. 일본 팬들은 '주니치가 팔을 잡아당긴 이를 찾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안된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세태가 문제'라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수의 사인에 대한 논란은 동서를 막론하고 언제나 뜨거운 이슈다. 경기를 전후해 줄지어 있는 팬들의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까지 각양각색이다. KBO리그에서도 일부 선수들이 '팬서비스 부족'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되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선수들은 '사인을 해주면 재판매 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원에 대한 답례'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 실제 맨유, 바르셀로나 등 유럽 명문팀들 중에는 팬들의 사인 재판매를 이유로 훈련장, 경기장 인근에서의 선수단 사인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승엽도 수 년 전 한 인터뷰를 통해 "예전에 지인들, 팀에서 원하는 것, 팬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드리다보니까 사인에 대한 희소가치가 아무래도 좀 떨어지겠죠"라며 "인터넷을 통해 (사인이) 직거래되는 걸 봤을 땐 '아 내가 해줘서는 안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끊임없이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이승엽을 괴롭혔다. '팬서비스에 인색한 이승엽.' 이후 이승엽은 수년간 성실히 사인에 임했지만 한번 굳어진 부정적인 팬들의 인식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도 KBO리그에서도 '사인 재판매'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4일 현재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각 구단 선수들의 사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단 로고볼, 유니폼 등에 친필로 받은 사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소 수 천원에서 최대 수 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순수한 마음이 난데없이 상품으로 둔갑한 장면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나선 선수들 입장에선 거북할 만하다.

하지만 일부의 잘못이 팬서비스 부족의 합리화가 될 순 없다. 자신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어린이, 팬들이 대부분이다. 시간, 날씨에 아랑곳 않고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을 외면하는 것은 프로로서 실격일 뿐이다. 수 년 동안 팬서비스 논란이 일면서 선수들의 자세도 변했지만, 여전히 일부 선수들은 팬들의 요청에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거나 무시하는 모습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사생활에 대한 존중과 보호는 필요하지만,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스포츠의 중심으로 활동중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