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졌고, 콩가루 집안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첼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첼시는 25일(한국시각) 영국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양팀은 90분 정규시간에 이어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4대3으로 첼시를 꺾으며 카라바오컵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기 후 맨체스터 시티의 2연패와 관련해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화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항명 논란이 불거졌다. 초유의 사태다.
케파는 연장 종료 2분여를남기고 다리 근육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첼시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케파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골키퍼 윌프레도 카바예로를 준비시켰다. 케파의 몸상태가 좋지 않고, 카바예로가 친정팀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성향을 잘 알아 승부차기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카바예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이드라인 앞에 섰고, 대기심도 교체 번호판을 들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케파가 자신은 벤치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어필을 했다. 다른 동료 선수들이 케파에게 가 얘기를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벤치와 선수간 실랑이가 벌어지자 심판이 상황 정리를 시도했고, 결국 사리 감독은 교체를 포기했다. 카바예로는 황당하다는 듯 다시 벤치로 향했고, 사리 감독은 화가 났는지 수첩을 집어던지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라도 이겼으면 모를까, 승부차기까지 뛴 케파는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난리가 났다. 최근 경질설이 나돌고, 선수단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사리 감독이지만 이번 항명 논란은 케파가 너무 경솔했다는 것이다. 첼시 출신 존 테리는 "존경심이 없는 행동"이라고 질타했고 크리스 서튼은 "케파 같은 선수는 다시는 첼시에서 뛰어서는 안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단 당사자들은 자세를 낮추고 있다. 케파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 사리 감독의 결정에 불복종하려는 게 아니었다. 나는 감독의 권위를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체 사인이 났을 때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한 게 전파를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 알려졌다. 그리고 팀이 패한 후 카메라에 윙크를 하는 등 볼썽하나운 모습을 연출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사리 감독은 "서로 큰 오해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는 잘못된 방식으로 행동했다. 처벌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질설에 휘말린 사리 감독은 카라바오컵 패배시 경질이 확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현지 언론을 통해 나왔다. 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자신이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최악의 결과물을 받아들고 말았다.
선수들도 궁지에 몰리게 됐다. 태업, 항명이 소문으로만 돌았는데 이 정도 행동이면 사리 감독을 떠나 선수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파의 철없는 행동이 오히려 사리 감독의 동정 여론을 만들어주는 꼴이 됐다.
구단도 케파 처리에 골치가 아플 듯 하다. 첼시는 지난해 7100만파운드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케파를 영입했다. 이런 큰 경기에서 공개적으로 항명을 한 선수를 다시 뛰게 한다는 건, 역사 깊은 전통의 팀으로서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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